홍역을 치르고 한참의 시간을 들여 과거를 되짚어 보고나니 아쉬운 점만 한 가득이다. 조금만 뭐든 지금은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고 있었더라면 괜찮았을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그 때 누군가 괜찮냐고 물어줬더라면, 그 전 해에 누가 괜찮을 거라고 너를 먼저 생각하라고 해 줬더라면, 그 한참 전에 누가 내 탓이 아니라고 해줬으면, 내가 짊어질 일이 아니라고 말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어쩌면 쉽게 무너지지 않고 그냥 살랑대는 봄비처럼 지나갔을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너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내가 아파봤으니까, 내가 힘들어 봤으니까 그래서 힘든 게 뭔지 알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은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세상에 더 이상의 아픔이 추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ㅈ같다고 해서 내가 안 ㅈ같은것이 아니야 그냥 에브리바디 다같이 ㅈ같은 거야야아~ "
맞는말이다. 주변에 아파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곧 내 아픔이 아픈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므로.
동시에 남이 고통받는 다고 해서 나의 고통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가끔 자신이 겪지 않았다고 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는 몰이해한 자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아주 호되게 시련을 겪어 뼛속까지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누군가를 저주하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무의미한 일이다. 그들의 고통이 나의 고통을 대체하지 못하고, 그들의 몸부림이 내게 닿으면 되려 나는 새로운 아픔을 맞이해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물며... 내가 생에 무슨 영화를 바라서, 고작 한순간의 동질감과 얄팍한 우월감으로, 구구절절 이어질 너의 슬픔을 기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