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길고 지루하게 계속되는 전염병 시국에 시간감각이 사라진지도 거의 2년이다. 방에 콕 박혀 지내는 동안 바뀌지 않는 방안 풍경만 바라봤더니 분명 나는 나이가 더 들었는데도 아직 몇 년 전 그 때에 머물러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변명인지도 모른다. 월화수목금토일 반복되는 일상, 크게 바뀌지않는 루틴, 하루하루를 살아내면 어떻게든 주말이 온다는 사실에 기대어 생각 없이 쉬고 싶은 나태함이 코로나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뭔가 해야할 때라고 느끼면서 이따금 위기감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다행히 올 해는 뭔가 다를 모양이다.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작은 송년회를 계기로 어쩐지 어제와 오늘에 경계가 생긴듯한 기분이 들었다. 온라인으로 열린 작은 팀미팅의 주제는 내년의 목표였는데, 사실 목표없이 되는대로 살고 있던 나에게는 좋은 자극이 됐다. 노래 하나를 골라 BGM으로 깔고 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내년의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니 우선 지금의 나와 내년의 나와 그 이후의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계획을 좀 더 구체적인 걸로 세워보게 됐다.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목표를 듣고 있자니 사소한 여러 가능성에 자극도 받았다. 일시정지가 눌려있던 삶에 재생버튼이 생긴 것 같았다.
벌써 음력 설이다. 신년으로부터 벌써 한 달이나 흘렀다. 작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느라, 연휴를 준비하느라 정말 눈코뜰 새 없었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다. 머리 한 구석에 또아리를 틀었던 해야지 해야지 했던 것들을 다시 꺼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