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정신 번쩍
벌써 월말이다. 뭐가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 달이 끝났다고 한다. 아니, 다시 보니 월 초였다.
사람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그저 편해지고 싶은 간사한 동물이다. 나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과하게 긴장하는 면이 있고 너무 열심히 뭐든 하려고 덤비는 경향이 있었고 그건 장기적인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개선하려고 하나씩 노력하고 있지만, 동시에 나는 몸이 편하고 근심걱정이 없는 것을 남들만큼, 어쩌면 남들보다 더 사랑하는 극상의 게으름뱅이다. 합리화와 남탓하기는 나의 무기로 '지금이닷!'이라는 직감이 찌릿 생겨도 어영부영 몸이 피곤해서... 마음의 쉬어야해서... 라는 핑계로 차일피일 많은 것들을 미뤄왔다. 정말로.
지금이 좋은 것 같았다. 여태까지는 그저 운이 좋지 않았고, 이제 인생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지금은 배 곯으며 살지도 않고 가끔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특별히 잘릴 위기감도 크게 들지 않고 누군가와 크게 싸워 퇴사할 것 같지도 않았다. 일은 조금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어서 루틴이 생기고 있었고, 그래서 편히 쉬고 잘 자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았다. 내 주변 사람들은 다 나보다 잘 나가고 있는 것 같지만 걔네는 걔네들이고 나는 나니까, 나는 이 정도인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마치 신의 계시처럼, 오늘 문득 온라인 세계를 돌아다니다 짧은 만화를 하나 봤다.
(https://danchyu28.postype.com/post/12257873)
조급해 하세요.
멈추지 마세요.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지금 이 상태가 출발선이라고, 이제 나아갈 수 있게 된 거니까 멈추지 말라고.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움켜잡을 수 있도록 조급해하라고.
오늘은 그냥 일찍 마무리하고 자고 다음 주 주말을 노려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일단 다 해두고 자고 내일 알람을 맞춰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