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작가님의 '글자전쟁'을 읽었다.

 

구성자체는 조금 읭 하는 물음이 나오는 구성이다. 주인공의 특성을 설명하는데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한 느낌이다. 1권이라고 적혀있지는 않은데 아무리생각해도 이건 최소2~3권은 나와야 할 이야기 인 것 같다. 주인공을 특성을 설명하면서 나왔던 과학이야기는 왜 이렇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사라지는지. 드라마 심사임당같은 구성을 원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액자식 구성으로 주인공이야기를 아주 짧게 intro, outro 두 챕터만 할애했어도 괜찮았을 법하다.

 

짐작해보건대

 

1. 작가님의 메인작은 15년 현재 '고구려'

 그런데 고구려는 좀 정통사극이라 작가님 본연의 스타일은 아니다 (과학+ 역사)

 게다가 작가님답지않게 초장편인 고구려

--> 결론: 작가님은 글럼프에 빠졌다 (글 슬럼프)

 

2. 고구려에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안나갔어 + 요즘 시사이슈를 끼워넣어보쟈! + 슬럼프를 극복할만한 짧은 글로!

 

... 와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물론 이렇게 써도 이정도 퀄리티의 글이 나온다는 것은 아주 신기하고 부러운 일이다)

 

 

....작가님 하고싶은 거 다 하신느낌....

 

 

결과적으로 주인공특성은 너무 부각되고( 방산비리 ) , 중간에 사극풍으로 쓰다만 소설이 아주 길게 나오고 (소설가캐에 작가님 빙의), 제목은 글자전쟁인데 전쟁 시작도 하기 전에 책이 끝났다. 게다가 중국에 가서 무슨 컨퍼런스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레알 서두만 꺼내고 말다니..!!! 치열한 공방 어디로!! 게다가 근거라는게 글자 몇개가 다가 아닌가!!! 이게 뭔가 학계를 이용할거면 좀 치밀하게 해 달라!!! 대학원생 친구가 보면 눈물을 뿌릴정도로 가볍게 지나갔다. 그냥 주인공의 애국심을 강조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버림.

 

이 뒤에 이야기를 써 주세요 작가님. 그래서 물리학과 출신의 초천재에 미국에 엄청난 인맥들이 널려있는 스탠포드 정치학과 출신(심지어 역사학과도 아니다)의 주인공이 이런식으로 엑스트라로 나올 거였으면 이름이 있을 필요도 없었던 (여)검사를 만나서 이 다음에 뭘 할 수 있는 거죠? '글자전쟁'인데 전쟁이 없잖아요. 물론 저는 작가님과 작가님 책 좋아하는데요....

 

 

이건너무 아래와 같지 않은가.

 

'은나라는 한민족에서 비롯된것이 분명하지만 지면이 부족하여 그 증명은 생략하겠습니다'

 

 

 

 

 

 

 

ps. 사실 나는 이 사람이 얼마나 자유롭게(..) 서술하는 것과 관계없이 호쾌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점을 좋아하고 작가님의 글을 성실하게 많이 읽는다.

일단 역사에 꽤 관심이 있는 나는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역사도 결국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번에 역사에 노관심인 똑똑한 친구가 진심으로 처음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읽었을 때 그것이 사실이었다고 믿었다는 말을 듣고 좀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모든 역사는 다양하고 풍부한 한국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지만, 언제나 사람들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소설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팩션소설이 실보다 득을 더 많이 갖게 된다. 고구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재미있을 것이다. 그런데 고구려를 홍보할 때 만큼은 무엇이 소설이고 무엇이 고증된 것인지 확실하게 언급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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