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피노키오에 보면 거짓을 말하지 못하는 병이 있는 여주인공이 기자 면접을 본다.

여주인공은 자신은 거짓을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발언에 신뢰성이 있을 거라고 했지만 이내 그렇다면 기삿거리 수집은 어떻게 할 거냐고, 사람들이 자신의 치부를 얌전한 요청에 드러낼 것 같냐는 질문을 받는다.

슬프다... 솔직함, 그러니까 거짓을 말하지 않음은 긍정적인 가치로 평가받지만 그것은 개인이 선택해야 하는 거지, 그게 태도에 배어버려서는 안되는 것 같다.

가끔은 부모님께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절대 속이지 말라는 말을 들으며 엄격하게 자라서인지 거짓말을 진짜 못 한다. 조금만 진심이 아니라도 바로 티가 나 버려. 어쩌면 그래서 한때는 포시랍게 컸다는 말을 듣기도 했었지. 근데 이건 좋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이 어찌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겠어?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인 척 해서 쟁취하는 거다. 다들 연기를 하고 그게 자연스러워서 자신이 자신을 쉽게 컨트롤하는데 나는 그게 안 돼. 몸과 기분에 내가 휘둘려버리고 전략적인 성취를 이룰 수 가 없다. 가끔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연기학원이라도 다니면 좀 나을까? 연기를 해서 나를 속일 수 있게되면 괜찮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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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가 뭘 못하는 지 너무 잘 알겠고, 동시에 내가 무엇을 편하게 여기는 지도 알겠고, 이게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도 알겠는데, 그냥 내 글이 좋다. 

 

이대로도 괜찮지 않나? 팔리지는 않겠지만. 

 

하지만 그래서 나는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을 수 없는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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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안 이래?

사람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어떤 말을 해야할지 한 번에 알 수 없어서 이런 저런 말과 행동을 던지며 상대방을 관찰해서 그 사람을 파악하는 거 다 하는 거 아니었어? 무의식으로 하는 걸 나는 단계를 나누기만 할 뿐인 게 아니야?????

나만 세상을 피곤하게 사는 거였어?


그렇지 시간이 나면 하기 싫은 것부터 해야지
잊고 있었네.
상태가 좋을 땐 집중하기 쉬울 땐 하기 싫은 것부터 했었지.
틈새시간에는 내가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거 내가 나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기는 거 그런 걸 했었지.
가끔은 옛날의 내가 나를 더 잘 알았던가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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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정말 뱀장어같다. 

 

어떤 날은 가만히 구경하고 있으면 그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다. 짜릿짜릿한 전기뱀장어는 특별한 일 없이도 홀로 출렁이며 오만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이 이토록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인 존재라는 걸 온 몸으로 느끼며 얽힌 실을 풀듯이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있으면 이것도 꽤 즐겁다. 마치 퍼즐놀이를 하는 기분으로 나와 인간에 대해 알아가는 기분이다.

 

어떤 날은 꽤 두렵다. 나름 꽤 오랫동안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도 감정이 솟아오르는 것이나 흘러가는 것은 여전히 내 통제 하에 있지 않아서 어떤 본능적인 두려움을 불러오는 것 같다. 이후의 일을 예측할 수 없는 것, 예측한다 하더라도 그저 결말을 기다려야만 하는 것, 어떤 작은 종말 직후에 눈을 뜰 수도 있다는 가능성... 기분이 끝내주게 좋다가도 문득 이것은 떨어지기 직전 가장 높은 고도에 다다른 롤러코스터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절반 이하의 낮은 확률로 발생할 부정적인 일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어떤 날은 화가 난다.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가는 많은 감정들을 애써 잡아보아도 손 틈새로 지나가버리 일쑤. 감정에 충실했다간 몇 초 지나지도 않아 후회하며 몇 시간을 보내는 일이 반복되고, 감정을 무조건 참고 억눌러 조용한 집에서 다시 펴 보면 이미 그 감정에 관련된 모든 일들은 대체로 끝난 상태라 내가 미워진다. 단순한 일에 대해 단순히 반응하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어제 써 둔 '감정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하루가 지루하지 않다' 는 글에다  '어떤 날은 꽤 두렵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모든 사람이 다 이렇게 사는 걸까, 내게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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