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국기 十二國記

 

 

 

  오노후유미의 책 십이국기(十二國記). 이미 애니로도 만들어져 상영된 바 있다.
조은세상이라는 출판사에서 먼저 나왔는데, ​본래 이대 의대출신의 德后(?)가 인터넷에서 번역한 것을 그대로 출판한 터라 이런저런 말이 많았던 것을 최근(약 12년정도) 연재가 매우 뜸해진 틈을 타서 출판사를 옮기고 개정판을 내고 있다. 마냥 가벼운 소설은 아니어서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소설의 장점은 심리묘사. 오노후유미가 하는 인간의 심리묘사는 일품이다. 흔히 재미로 보는 판타지소설들 의 왕도를 따르지 않고 주인공은 방황하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특히 맨 첫 권인 '달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편은 1인 독백이 엄청나다. 이 때문에 입문이 참 힘든 소설이다. 하지만 이것이 또한 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이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의 매력은 '현실적인 인간의 성장'이다. 1,2권 '달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뿐 아니라 6,7권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에서도 주인공들은 모두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그를 깨닫고 성장한다. 여왕 나카지마 요코는 이른바 '착한아이'로 늘 살아왔다. 주체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했다. 스즈는 늘 당당히 자신의 요구를 말하지 못했다. 혼자서 단정짓고 혼자서 상처받고, 모든 것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며 약자로 살아왔다. 쇼-케이는 권리만을 즐긴 채 타인의 아픔에 무지하고, 스스로의 의무를 알지 못했다. 이러한 인물상은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유형들이다. 같은 동양권이라 그런지 특히 더 와 닿은 면이 없지 않다. 이들이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독자도 따라가면서 이들의 성장을 보게 된다. '난 공주인데 너희는 왜 나에게 제대로 대접하지 않느냐'라는 투로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하려던 철없는 공주 쇼케이가 당찬 얼굴로 '그러게 30년 정도 궁에서 살아서 그런지 이런건 눈에 보이지 뭐야'같은 대사를 치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때, 요코가 근엄한 표정으로 '앞으로 복례를 폐지한다. 그것을 초칙으로 한다!!'라고 할 때에는 몹시 감동적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이 소설은 판타지소설이다. 이 소설의 모티브는 안타깝게도 나는 보지 않아 대강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지만, 은하영웅전설의  '' 무능한 지도자+ 훌륭한 시스템(공화정)vs. 유능한 지도자+ 왕정제 ''...의 대결에서 유능한 지도자가 죽지 않으면 된다는('죽지않는 라인하르트') 오노후유미의 대답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십이국기는 엄청난 환상의 세계가 되었다. 기본적인 조건은 실재하는 하늘과 기린이다. 십이국기는 하늘-신-로부터 인정받은 12마리의 신수, 기린과 12명의 신, 왕이 다스리는 12개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이 세계에서는 하늘의 인정을 받아 제대로 된 자질이 있는 자만 왕이 되어, 왕도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영생을 살고 왕이 정도를 벗어나는 순간 나라는 기울고 왕은 죽는다. 왕위는 절대 세습되지 않으며 평민이라도 누구나 왕이 될 수 있다. 또한 왕과 함께 통치하는 관리들도 신선이 되어(선적에 들어) 같이 불노불사한다. 이와 같이 기본적 설정은 이상적인데 실질적으로는 신분이 있는 고대 왕정이다. 또한 국왕에 대한 국민의 충성도가 높고 국왕의 절대적인 정당성이 보장되어 있어 매우 비민주적이다.

 

  비 현실적인 세계관에서의 현실적인 인간군상이란 가장 잘 쓰여진 판타지 소설의 필수조건일 것이나 그렇기 때문에 읽다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굉장한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할 수 있으며 말 그대로 세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절대왕정+실질적인힘을 발휘하는 하늘신이라는 점에서 판타지설정이 매우 강력하게 들어가서 판타지의 한계를 보이고 있으나 그 안에서 인간상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이런저런 심리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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