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隱者는 무적無敵이라고 했다. 단어그대로, 알려지지 않은 자에게는 적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나는 언제나 숨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은 함께 해야 하는 존재여서,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면 속만 무너질 뿐이다. 어딘가 누군가에게는 알리고 공유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아이러니란 그렇다. 양분된 두 가지를 포기할 수 없을 때,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디선가는 '타협'을 한다. 둘 중의 하나를 버리는 게 아니라.

예를 들자면, 59퍼센트의 확률로 말하고싶지만 세상에 행동은 언제나 0이나 1밖에는 없으므로 애매한 행동으로 전달된다는 사건에 확률을 추가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선택한다는 인간답지 않게 치사하게도 하늘에 책임을 미뤄버리는 행동이다. 인간으로부터의 도피다. 그러고보면 우습기도 하다. 전도사에게는 늘,  나는 인간으로 살고싶으니까 종교에 구속되지 않겠다고 하고서는, 행동의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미루고, 되어도 그만, 안되어도 그만, 하는것처럼.

그래서인지 나는, 공개모드로 일기를 쓰면서 특정 지칭이나 묘사를 가급적 생략하고 온갖 비유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 내 입장에서는 전달했지만 상대방은 전달받지 못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나 홀로 후련해지는 일종의 타협이다. 진지한 주제를 다룰 수록 더욱 심해져서, 아예 뼈대만 남겨버리고 다 관념의 세계로 날려버린다. 사실 내가 쓴 모든 소설은 자전적인 구석이 있는데, 아마 그 누구도 글에서 무언가를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참 묘한 기분이다.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도록 말을 하면서 굳이 모두에게 말하는 것.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의미없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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