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뜬금없는 기분이지만, 최근에 리얼타임으로 에피소드를 깨던 게임의 1부 스토리를 끝냈다. 17년 11월에 시작한 게임이니, 한참 내 가능성들이 사그라들 때쯤 시작한 게임이다. 자기 효능감 같은 것들이 바닥을 치던 시절에 시작한 게임이라, 소소하게 스트레스받을 때 면접에서 떨어질 때, ' 그래 나는 세계를 구할 사명이 있어'(!!)라는 마음을 먹었었다. 종장 에피소드를 깨는데만 4시간 반이 꼬박 걸렸다. 이제 또 새로운 하반기가 시작하는 와중에 시간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완결장답게 여태 지나왔던 스토리들에서 만난 인물들의 희생을 뒤로하고 감당 불가한 최종 보스를 대면했다. 예상했던 바와 180도 다른 반전을 맞이하고, 애매하게 정이 쌓인 인물과 이별하며 어쨌든 세상은 구해졌다. 주인공(나)은 상처뿐인 과거만을 안고, 기록은 왜곡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다. 아, 하지만 어쨌든, 드디어, 끝났다. 괜히 내가 다 시원섭섭했다. 마치 영국에서 호그와트를 봤을 때의 그런 기분이다. 최근에 친구가 나는 영화나 이것저것에 되게 쉽게 몰두하는 게 신기하다고 했었다. 아마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방황이 길었다. 수많은 "이 정도면 끝났지"라는 지점들을 지났다. 가끔은, 왜 아무도 이렇게까지 고민에 빠지지 않는데 나는 쓸데없는 데에 신경을 쓰면서 내 현생을 살아가지 못하는가 자책하기도 했다. 그냥 저냥 시간을 보내기만 하기도 하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혼자 스트레스받으면서 컨디션이 망가져서 끙끙 앓기도 했다. 늘 알 수 없는 초조함과 답답함에 결정하기 위해서 시간을 비우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버린 밤도 많았다. 사실은 나는 아직도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대략적으로라도 생각을 해볼까 하면,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나마 이것저것 많이 발굴했지만, 그래도 사실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다만 몇 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나는 딱히 평소에 욕망으로 불타는 사람이 아니며, 목적없이 현실에 그저 충실하게 살 수 없는 사람이고, 사회에서 원하는 정해진 삶의 길에 반항심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소소한 하루의 행복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고, 얄팍한 기쁨 뒤에 후회하는 사람이고, 사회생활을 일반적인 수준에서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비유를 두 단계는 뛰어넘어 구사하는 사람이다.
내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고. 매일매일 구체적으로 하는일이 정해져 있고, 일을 한 후에 바로 문제가 다시 생겨서 일이 무위로 돌아가는걸 참 싫어하는 사람이고 , 그런 경우에는 우직하게 일 하지 못하고 적당히 요령을 피우거나 하는 사람이다. 나 스스로 결정하고자 하는 사람이고, 시간을 꽉 채워 행동하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일종의 워커홀릭이다.
유튜브를 최근에 꽤 열심히 시청하고 있는데, 우연히 추천 영상에 뜬 영상에서 미술 하는 분이 한 말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재능이 더 중요한 예술 쪽이라 시작한 말인 것 같다. "여러분 모두는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재능은 무엇이냐!, 모차르트같은 재능 말고, 현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더 현실적인 재능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냥 하고 있는거.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거. 여기저기서 진로고민을 할 때 들어본 말이기도 하고, 나 스스로 생각해본 내용이기도 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특별히 별도의 사유(ex.알면 바로 돈이 된다)없이 그냥 궁금한 것, 하고 있는 것(그냥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말고!) 그것이 바로 누군가의 재능이라는 것이다.
그 유투버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었다. 자신은 블로그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하루에 방문자가 50명도 되지 않아도 6년간 블로그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유투브를 시작하게 되었고, 나름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블로그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내 이야기럼 들려서 굉장히 솔깃했다.
물론 이 이후에 유투버는 이 소소한 재능은 특별한 환경에서 꽃핀다고 덧붙이기는 했다. 자신의 경우에는 유투브라는 플랫폼이 그 특별한 환경이라고. 한참 열심히 보다가 김이 빠지긴 했다. 아주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러니까 더 현실과 가깝고 꿈을 깨트리는 말이다. 재능을 발견하더라도, 그 재능이 사용될 수 있는 정확한 적절한 환경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일단 수익창출이 가능한 방향으로...
다시 조금 김이 새네
여튼 긴 시간동안의 직접 부딪힘으로 인해 나에 대해서 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많이 깨달았는데 벌써 시간이 너무 지났다. 기회가 너무 줄어들었다는게 나에게는 큰 불안감을 준다.
겉으로 사근사근하게 웃으면서 먼저 숙이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다소 반항적인 이미지로 생각하고 면접에서 떨어트리는가 싶긴한데, 나처럼 이렇게 사주의 노예인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잡플래닛에서 가치관검사 같은걸 했더니 무슨 창업자같은 유형이 나왔다. 역시 그냥 일 해야 하는 팔자. 생각보다 어려운가? 업무시간중에는 숨쉴틈 없이 다같이 집중하고, 평일에는 야근이든 뭐든 일을 끝내고, 법정공휴일에는 깔끔하게 쉬는 거.
장기적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함께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곳에 있고 싶다. 내가 꾸준히 노력하고 배울 수 있는 곳에서 나만의 (내가생각하는) 소프트파워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