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생각이 한 쪽을 맴돈다. 눈의 초점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풍경이 흐릿하게 지나간다.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혼이 저 머리 위를 떠도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런 느낌을 울고 싶은 기분이라고 총칭하는 것일까.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내 안에서 서로 싸워서 마지막에는 내가 잘못해서 내가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려고 하기에 그 창끝을 가까스로 휘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도 아무것도 끝나지도 않았다. 이런 울고 싶은 날이면 나는 그저 눈을 감는다. 이제 도망 갈 곳마저 마땅치 않아 어둠 속으로 숨을 밖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어린아이같은 심정으로 어쩌면 나는 있을리 없는 구원자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게 이토록 어리석어서 어찌할지. 그러다 한참을 그러다가 어둔 눈 속이 더 무섭고 답답할 즈음에는 노래를 듣는다. 세상에 넘쳐나는 사랑 가사들은 나에게 버겁기만 해서, 가사 하나 없이 음만 첩첩이 쌓은 노래를 듣는다.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내가 저 너머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다. 이 복잡한 세상을 등지고. 노래는 마법이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노래가 나 대신 조금만 울어줬으면 좋겠다. 내가 저 멀리 아직 지구로 돌아오지 않았을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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