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애착유형검사표와 그 결과에 대해서 사진을 보내왔다. 한참 심리검사 찾아볼 때 이미 찾아봤던 내용이었다. 이전에는 제대로 검사표는 작성해보지 않았었다. 유형이 세 가지밖에 없는데 유형별 간단한 설명만 봐도 내 유형이 뭔지 알거 같았기 때문이다. 이미 아는 걸 봐서 어디 써. 나는 그냥 가볍게 지나쳤었다.

그런데 이번에 친구가 애착유형검사를 통해 이해하지 못하던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상태가 개선되었다고 엄청 추천을 하길래 다시 보게 되었다. 나에 대한 거 말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것들 중심으로 찾아봤다. 그리고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대충 자기전에 한 바에 따르면 회피 2.89 불안 1.89로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회피형 애착유형이다.

(물론 불안형 기질도 분명 있긴한데 불안해지기 전에 셔터내려서 회피형으로 변하는 스타일이라. )

 

찾아보니 전체의 20%가 회피형이라고 하니 나만 가진 특성인 것도 아니고, 내가 특정 사람들과 문제가 생기는 게 그냥 100% 나의 잘못인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의 잘못인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나와 그들이 맞지 않은 거였던 것.

특히 나는 이해 하지 못했던 '과한'요구로 가득했던 사람들이 그냥 불안 유형이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특정인에게서만 유난히 '남자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도 이 탓이라는 걸 알게 됐다.

(많은 경우 커플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기면 불안형의 여자와 회피형의 남자가 싸우는 거라고 한다)

유난스럽게도 잘 풀리지 않는 연애전선의 근본적인 문제도 이 유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최근에 생각해본 거지만, 사실 나는 사람을 참 좋아하는데 동시에 '뒤통수 맞는다'로 표현되는 버려지는 걸 참 무서워 한다. 내가 들인 노력과 애정이 의미 없어지는 것 같다. 그게 버림받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만약이라도, 그런 상상을 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싫다. 그래서 사람사이의 친밀한 관계는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오랫동안 내 뒤통수를 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믿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를 믿을 때에는 아주 장기간을 고려하게 된다. 성격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긴 시간 동안 관찰해서 '이 사람의 본 성격이 믿을만 하다'고 판단되면 그때부터 편안하게 만나게 된다. 그리고 남자든 여자든 관계를 유지할 때 서로가 있는 게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자신을 잃지 않을 만큼의 교류를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래서 아주 큰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오래 되지도 않았다. 아주 오래 된 불안형의 친구가 있었는데,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자유시간이 늘어난 만큼 기대하는 바가 늘어나서 몇 년 간을 연락문제로 싸웠다. 나는 내 나름대로 꽤 노력을 했지만 역시나 그 친구에게는 언제나 모자랐다. 그 친구는 그 친구 나름대로 항상 참고 기대를 버리는 연습을 했지만 스트레스가 계속 쌓였다. 그리고 그 친구는 '너는 여자애가 무슨 남자애처럼 연락도 없냐' '연락 그만두면 영영 단절될 것 같아서 말을 함부로 못하겠다'고 했고, 나는 '무슨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너한테 이만큼 신경을 써야 하냐'고 하면서 파국에 이르렀다. 절교한 다음 날 '미안하다'며 사과가 왔지만 나는 상처줄대로 주면서 이미 끊어진 관계는 다시 이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대학 입학하면서 지금만큼 나에 대해서 생각 했더라면 다른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불안함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의 불안함을 잘 캐치하지 못하는 점이 있는데, 많은 경우에 문제는 상대방의 불안함에서 시작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상황에서 겪는 불안함이 나에게 오는 많은 공격적인 언행의 근본 이유가 되는 것 같다. 그걸 먼저 알았더라면 쓸데없이 자기내사, 자기비하를 하면서 뭔가 나를 바꾸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금 더 여유있는 태도로 사람을 대할 수 있었을 것이고, 나아가 상대방이 문제를 내가 해결해줄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언제나 갈등 해결의 시작은 문제 원인 파악 및 인정에서 시작하는 것이니까.

여튼... 막 달라붙다가 때때로 기분 거슬리면 공격적으로 변하는 스타일이 불안형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젠 그냥 말좀 하고 지내면 캐치할 수 있을 느낌...

 

이게 변하려면 전반적인 내 정신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좀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다'는 걸 진심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할 것 같고 좋은 사람이랑 연애를 하든지 뭐 해야겠지만 지금은 솔직히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다. 회피형으로도 딱히 문제가 없으니 불안형들을 걸러서 특별케어를 하는 것 정도만 가능할 듯. 후 인생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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