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봄이 됐다. 나는 가끔 추위에 떨고 겨울 옷은 그대로 옷장에 주르륵 다 걸려있는데 온 동네마다 벚꽃이 만개하고 사람들은 봄 나들이를 간다. 실시간 트렌드에 석촌호수가 올라와 있고 신문 기사나 뉴스마다 온통 핑크빛이다. 

 

날이 좀 풀렸대서 모처럼 밖으로 나갔더니 길거리마다 온통 봄이다. 꽃이 만발한 것도 아닌데도 겹겹이 흩날리는 핑크색 샤스커트를 몇 번이나 봤다. 봄 원피스에 가벼운 차림새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정말로 바야흐로 봄이다. 

 

나만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 줄 잘 모르겠는 걸까. 인테리어 하나 바뀜 없는 대 여섯평 작은 방에서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을 보내고 있다. 매일매일이 어제 같고 하루하루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홀로 있는게 무섭지 않고 혼자 하는 활동이나 온라인 활동이 즐거운 극내향인으로서 최근 몇 년은 답답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나에게 좀 더 편한 방식으로 변하고 있어서 기꺼운 면도 분명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래서 지금의 상황에 너무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살아가는 건 강물에 배를 띄운 것과 같다고, 너무 편한 상태로 유지하는 건 퇴보와 같다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이 그런 것 같다.

 

분명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 내가 느끼는 시간은 흐르지 않고 늘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분명 어느 날 되돌아보면, 시간은 흘러 있는데 내게는 남은 것이 없는 느낌이 들겠지. 흘러가는 시간을 하나하나 다른 시간으로 내 안에 쌓을 수 있도록 좀 더 밖에 나가고, 사람과 교류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해야겠다. 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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