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 서러워서, 나는 왜 매번 과거에 끌려들어가는가. 무엇이 그리 서러워서, 나는 자유로워 지지 못하는가. 무엇이 그리 서러워서, 나는 애증에 묶여 홀로 썩어가는가. 무엇이 대체 그리도 서럽기에 나는 뱉어내지도 못하고 근근이 버티는가.

무엇이 그리도 애달파서, 무엇이 그리도 갈증나서, 무엇이 그리도 무거워서, 무엇이 그리도 가까워서, 나는 이 자리에 얽매여서 껍데기 하나 온전히 주지도 못하고 몰래 숨긴 바람에 흘려보내지도 못하고 이도 저도 못한 채로 막다른길 너머 멀리 서리낀 달빛만 멀끄러미 보고있는걸까.

모든 나를 동원해서 온갖 당신을 발굴하고 당신의 기쁨을 찾아 애써 노력하더라도 당신은 내 겉면의 겉면만 훑고 스쳐지나가서 열 배의 세월이 무색해지고, 서러워 꺼이꺼이 소리 내 울어도 당신에게 내 눈물은 나약함과 배부름일 뿐이고.

모든 내가 가진 것은 당신에게 무가치해서 당신은 사실 나의 그 무엇도 보지 못하고, 당신은 내앞에 흐릿한 거울을 세우고 보고픈 것만 비추어 나를 손인형인듯, 그림자인듯 그저 그렇게 여긴다.

나는 당신이 시간을 바쳐 빚어낸 거울이어서, 당신은 원하는 대로 아무렇게나 나를 움직이고 원하는 모든 걸 나에게 비추어서 사실 나는 이제 내가 무엇이었는지도 알 수가없다. 거울이었을까. 거울이었을까.

생명은 하나뿐인 소중한 좋은것이어서, 내가, 네가,  그저 거울은 생명받은 그대로 그자리에 비추고 있어야만 한다고. 한다고.

무엇이 그리도 서러워서, 거울은 그자리에 떨고만 있는지. 얼굴만 흐리고 버티고 있는지. 대체 무엇이 그리도 서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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