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혼자다니는 편이어서 그런지 유달리 길거리에서 전도사들에게 자주 잡힌다. 지방에서는 한 번도 잡혀본 적 없는데, 서울에서는 시시때때로 아무때나 그냥 아무 장소에서나 잡혀버리고 만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영향을 너무 크게 받고 온갖 생각이 몰아쳤지만, 이쯤 되니 요령이 생겨서 전도사들을 분류하고 느긋하게 대응해주는 경지에 이르고 말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그들에게 휩쓸리지 않으면 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상대가 되어준다. 친구는 일부러 돌아다니다가 사이비 종교의 전도사를 만나서 그들의 말을 논파하고 그들의 교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따져보는게 재미있다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조금은 이해가 된다.
어제도 밤에 집에 가다가 엘로힘 어쩌구에 잡혀서 설명을 들었다. 하나님 어머니를 아시나요? 라면서 접근한 그들은 굉장히 친근하고 적절한 태도로 접근해서는 물귀신같은 전법으로 3분만 시간을 달라고 잡아서는 세미나에 참석하라는 말을 남겼다. 약 8년전 지방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 새롭지도 않았고, 하나님이 아버지든 어머니든 나에게는 그다지 관계가 없기에 흥미가 생기지도 않았다. 그저 이야기를 듣다가 설명을 보충해야 할 부분을 짚어주고, 그들의 논설 자체가 어떻게 해야 조금 더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게 될 것인지 설명하고 말았다.
사실 나는 따지자면 굉장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는 편이라 언제든지 종교에 귀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여행 가면 종교관련 건물을 꼭 들어가 보는 편이고, 유럽여행을 갔을 때에는 성당의 성스러움에 입종(?)할뻔한 경험도 있었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길거리에서 전도하는 것 때문에 내가 종교와 멀어진다는 생각을 한다.
전도사들은 대단히 자기중심적이고 배려를 상실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신을 믿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지만, 그들의 신을 믿는 신도가 많다는 이유로 신을 믿지 않는, 혹은 함께 종교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자들에게 행동을 강요한다. 그들의 신이지 나의 신이 아닐텐데, 꼬박꼬박 그들의 종교용어로 신을 높이고, 인간을 낮추며, 그들의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지식이 진실인 것처럼 단 한가지의 길만 제시하고 그 길로만 바라볼 것을 종용한다. 여러번 잡혀본 결과 그들은 나 하나가 말을 듣든 말든 관심이 없으며, 그저 멀리 이야기하는 행동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 같다. 그냥 아무나 하나만 걸리라는 심정인 것이다. 멀쩡한 사람이라면 길거리에서 잡혀 끌려가지 않을 것이나, 힘들거나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이라면 혹하고 끌려갈 수도 있다. 그런 하나를 노리는 것 같다. 나에게는 악의에 가깝게 느껴진다. 말이야 더 많은 사람의 구원을 위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결국 바라는 것은 자신의 공동체를 키우고 그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게 한다는 것 아닌가말이다.
전 세계에서 아마 가장 유명할 특정 종교에 대한 거부감과 고집을 낳게 한 길거리 전도사들의 행태에 조금 질린다. 점점 더 종교를 진지하지 않게 여기게 될 것 같다. 신이 있다면 얼마나 슬플까. 먼 생에 구원받기 위함이라는 목적을 위해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규약을 만들고 제도를 만들어낸 인간들의 현재가 신이 원했던 것일까. 그였던 죄로 인간의 책임을 진 안타까운 자에게 내가 감히 연민을 품었다. 조금이라도 죄책감이라는 것을 가진다면, 감히 구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원했던 바대로 살고,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더 바른 태도로 더 선하게 살아 조금이라도 보기에 좋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신은 아무런 대답이 없고, 인간은 종교를 만들어 자신의 가장 내밀한 욕망을 채워 나약함을 이겨낸다. 하긴, 인간이 말하는 것과 진짜 목적이 다른 것이 어디 한 둘 뿐이랴.
(아무말)
... 그냥 나는 막연히 걔네들이 싫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행동이 있고서 말로서 설명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줄줄 이야기하지만 내맘대로 개똥철학이고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사실 저는 세상의 모든 존재에 신이 깃들어있다고 생각해요'라고 주절주절 애니미즘을 설파하게 된다. 전도사를 퇴치하는 가장 확실하고 서글픈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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