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그래도 어릴 때부터 나는 책을 사랑하는 아이였다. 이웃 집에 놀러가서도 제일 먼저 둘러 보는 곳이 책장이 있는 방이었을 정도. 초등학교 때에는 이동도서관이 올 때마다 구경하러 갔고, 당연하게 책을 빌렸다. 중학교 때는 도서부였는데, 담당 선생님과 친해서 거의 도서관 열쇠 담당이었다.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곳이 도서관이었고, 당연히 거의 주당 몇 권씩 빌려봤다. 심리학이나 일본소설, 역사책을 많이 봤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에도 시간이 길게 비는데 공부는 하기 싫을 때의 도피처는 도서관이었다. 도서관 구석에서 애들은 알지도 못하는 20대 로맨스라던지, 링 같은 일본 스릴러 판타지같은 것들을 보곤했다. 공부에 도움이 되어야 된답시고 군주론이나 죽음에 이르는 병 뭐 이런 것들을 보기도 했다. 물론 이해하지는 못했다.

대학에 오면서 개인 시간이 늘어나고,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책을 읽는 시간이 아주 줄었다. 그러니까 출판 된, 책 말이다. 몇 년이나 지나서 이제서야 조금 위기감이 든다. 대학 도서관은 정말로 방대한 책을 소장하고 있으며, 뭐든 못 찾을 것이 없을 만큼 잘 되어 있는데, 이걸 쓰질 못하다니!! 나 이대로 괜찮은 건가?!

물론 가끔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자료를 찾아 헤매기는 하는데, 그 예전의 그냥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책을 읽는 시간이 너무나 줄어들었다. 중학교 때 시작하고, 고등학교 때는 틈틈이 봤던 인터넷 소설에 너무나 빠져버린 것이다. 활자중독은 해소되지를 않아서 읽는 총량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늘었는데, 인터넷 소설 비중이 너무나 늘어버렸다. 조금씩 무료연재 소설을 취미로 보던것에서, 이제는 시간이 나면 리디북스나 네이버북스 등을 돌아다니며 장바구니를 채우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으아니! 나 이대로 괜찮은 건가. 평범한 단행본 하나 읽는데 1시간 반 ~ 2시간이면 되는 데다, 스토리 중심의 장르소설은 굉장히 빨리 끝까지 보고 싶어하는 터라 한 번 날 잡으면 읽는 양이 어마무시한데, 장르소설의 비율을 생각하면 가끔 좀 거시기한 면이 있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건가..... 가끔 생각하건대, 내가 차라리 이쪽 장르가 아니라 일반 소설을 이만큼 읽어댔으면 이미 걸어다니는 잡학사전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블로그에는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전문가의 사견이 들어가 있었겠지. 물론 로맨스 판타지, 대체역사소설, 먼치킨판타지 등등을 읽는 시간은 참 즐거웠고 상상하는 맛이 있었으며 가끔은 외로움을 채우거나 뭐라도 된 듯한 기분을 주기도 했고 우울함을 달래주기도 했으나, 그 한 순간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번달 카카오페이지나 리디북스 충전은 좀 그만하고 도서관 가야지.. 도서관... 서점이라도.... 베스트셀러도 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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