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고 마음의 위안과 조언을 크게 얻은 글이 있어 이렇게 늦은 일요일에 포스팅해 본다. 

 

#https://mizomang.tistory.com/entry/INFJ-INFJ-%EC%A7%81%EC%9E%A5-%EC%83%9D%ED%99%9C

#https://cafe.naver.com/infj/15651

 

 

"INFJ 특유의 학습법으로 인해 초반에는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노력에 비해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A-B-C-D만 배운 사람은 새로운 상황이 닥치면 A-B-C-D 말고는 할줄 아는 것이 없어 응용을 못하는 반면, INFJ는 이면의 패턴을 학습했기 때문에, A-B-C-D-E-F...로 쭉 이어가며 다양한 상황에서의 응용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런 응용 능력이 곧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으로 이어진다고 이 분은 피력합니다.”

 

그래서 두번째로 하는 이야기가, 자신의 장점을 알아봐주지 않는 환경에서는 얼른 벗어나라는 것이었습니다. 머리속 시스템을 구축하며 일하는 사람들은 특히 복합적인 요소를 한꺼번에 다루어야 하는 업무에 강합니다. 다양한 요소를 모두 고려해가며 상황 판단을 해야 하는 일이라면 INFJ가 강점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복합적인 분야 중 하나가 인간에 대한 이해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남들이 이미 잘 하고 있는 일을 INFJ까지 뛰어들어 굳이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꽤 오랜 시간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을 해 왔다. 언제든 어디로든 떠나려고 부단히 많은 말들을 해 왔지만 어쨌든 현실은 그렇다. 나는 이제 경력이직이 가능한 연차가 됐다. 

 

남들도 다 이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친구들과는 다른 의미로 힘든 회사 생활을 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IT업계의 스타트업 특성을 조금 가지고 있는 성질급한 돌진형 유통사로, 생각을 하기보다 감으로 일단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그렇게 일단 도전 후 잘 된 것들을 추려 나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때 리더가 아닌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첫째 일단 빠르게 대충 중요한 것들을 수행할 줄 아는 능력이었다. 많은 짜치는 일들을 빠르게 해치울 수 있는 소위 손 빠른 사람들이 일차적으로 필요한 회사. 그렇다. 나는 정말 많은 순간 토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렸다. 왜 나는 속도가 나지 않지? 왜 나는 모르겠지? 왜 나는 저 결정이 이해가 되지 않지? 왜 나만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지? 왜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지? 왜 나만 진지한 것 같지? 

 

거기에 더해 이러한 정책결정방식 및 조직운영방식은 적용되다보면 일단 뭐든 진행한 후 빠르게 급커브를 도는 일이 매우 잦았다. 그래서 언제 어느 때라도 시킨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이라도 맡기면 일단 해 내야 했다. 이해가 되든 안 되는 어떤 모양이든 대충 굴러가게 만드는게 아주 중요한 능력이었다. 팀 개설 및 해체가 몹시 잦았고 나는 짧은 재직기간동안에 수 없이 많은 직무변경을 겪었다.

 

정말 피를 토할 것 같은 나날들이었다. 왜 나는 할 수 없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자신감 자존감이 박살나고 멘탈이 위험해졌다. 한직에서 정신적으로 요양하며 '이 곳은 내가 필요한 곳이 아니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일하는 방식은 여기와 맞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하지만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나는 너무 고통받았으며 내 연봉과 커리어는 많은 부분을 희생당했다. 이걸, 내가 입사하기 전에, 혹은 직무가 휙휙 바뀌는데도 희망을 놓지 않던 때에, 혹은 신입으로 빠르게 다시 들어갈 수 있을 때에 봤어야 했는데. 조금 아쉽다. 

 

 

조금 놀라운 점은 이제서야 정리된 말로 접하게 되었지만 비슷한 말을 여기저기서 듣고 여기저기서 느꼈다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몹시 부족했으며 다루기 어려운 신입임에 분명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을 봐온 리더들이 있었다.

 

경력직 팀장으로 온 조직장 밑에서 몇 번 일한 적이 있는데, 나에게 비슷한 말을 하셨다. 나는 '프로젝트성 업무'를 해야 하는 것 같다고. (그런 일을 하는 팀이 아니었다) 그리고 뭔가 이정도 넣었으면 산출물이 나올 때가 됐는데.. 하는 말씀도 하셨다. (나는 아무래도 꽤 늦된 편인데다 새 업무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면이 있었다.) 그리고 그 팀장님이 그 후 내게 맡겼던 일이 한 달 일정 기획하는 것이였지. 보고서 하나 만드는 게 목표였다. 

 

정말 웃긴 일인데 최근에 받은 동료평가에서는 "잘 이해를 못해서 팀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제대로 숙지했으면 좋겠다." 라는 평가와 "한 번 이해하면 업무를 진행할 때 효과성과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느리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확실히 최소 일주일에서 한 달정도 쭉 사이클 돌려보고 익숙해지면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하고 확실히 뭔가 자연스럽게 개선한다. 그래선지 모르겠지만 .... 유난히 내가 질문을 하면 사람들이 원인과 목적부터 대단히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 같다. 

 

 

이게 내가 늦되고 부족한 게 아니라 성격이나 성향적인 문제인가.. 는 방금 알게 됐다. 카페 댓글에 어쩌면 저렇게 수많은 나들이 있는지 정말 동질감에 눈물이 난다. 그래서 나 어디로 가야하는지? 지금 회사에서 어쨌든 사내전배를 통해 그나마 내가 업무하기 좋은 곳으로 왔지만 회사자체의 특성은 쉽게 바뀌지 않아서 항상 불안한 면이 있다. 정말 늘 눈물나게 생각하는 것이지만. 내가 필요한 곳에 있고 싶다. 내가 자연스럽고 편하게 남들에게 기여할 수 있으며, 특별히 애써 잘보이려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우호적으로 바라봐줄 수 있는 그런 곳에 있고 싶다. 그러니까 안정적인 '나의 자리'. 언제나 내 자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요즘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최근에 어쩌다보니 ... 덕질을 하며 글을 쓰는 무리(?)에 들어가게 됐는데, 너무 아늑하고 편안하다. 내가 몰랐던 안정적인 내 자리라는 게 이런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태 맞지 않는 부분에 온 몸을 구겨넣어 퍼즐을 완성시키기만 하면서 살아온 기분이었는데 이렇게 자연스러운 기분이 드는 무리는 오랜만이라 센세이션이다 정말로.

 

그리고 문득 느낀건데 내가 물론 취미로 하긴 햇지만 1N년간 몸 담아온 웹소설 연재사이트와 수 없이 많이 읽은 책과 영화들과 풍부한 감수성 같은 것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해서 의문을 가지지 못 했던 것들이 어쩌면 뭔가 남들과 다른 나만의 장점일 수도 있지 않은가 했다. 약간 내가 글을 통해 글쓴이가 유도하는 것들과 글쓴이의 감정 같은 것들을 잘 캐치하는 편이고 가독성이나 글 짜임새 같은 것에 예민한 편인 것 같다. 전문성은 없지만..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지금도 여전히 뭔가 멀리 와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망망대해를 헤매는 기분이지만, 이렇게 하나씩 나를 발굴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세상에 희망이 없는 것보다 우울한 것은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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