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요즘 뭔가 글쓰기를 꾸준히 열심히 거의 주 1회씩 그것도 하루에 3~4시간을 들여서 소설을 3천자씩 쓰고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 약간 내 인생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겠고 이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지만, 글이 마음에 들지 않고 대충 양만 어떻게 채우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게 한심스럽지만, 그래도 뭔가 좋다. 뿌듯하다. 

 

그리고 누군가가, 단 한명이라도 꾸준히 내 글을 읽어주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기다려준다는 게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일이었다. 그 사람에게 먹여주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써야할 것 같은 일종의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정확히는 내가 그 사람의 글을 보고 싶은데 그사람이 혼자하는 창작에 지치지 않도록 스레기라도 꾸준히 먹여서 배부르게 하자는게 시작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하나를 끝낼때마다 몇 천자를 완성할 때마다 어떤 사건을 상상할 때마다 나는 즐겁다는 것이다. 

 

분명 일기를 쓸때처럼 시원시원하게 글이 나오지 않고 벌써 나는 나의 문제점을 삼천 가지 정도 찾아낸 느낌이긴한데 그렇다. 글쓰기에 조금 재미가 들렸다. 아무래도 이것으로 내가 생계를 유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인것 같기도 하지만. 

 

 

이 와중에 조금 고민이 됐다. 

 

사실 나의 문제점 중 하나는 장편 소설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장편을 쓸 때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그 긴 시간동안 캐릭터의 성격을 일관되게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늘 글을 상당히 진솔하게 쓰는 편이고 이게 장점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쓸 때마다 허구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해야 할 때에는 정말로 큰 단점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일상생활에서도 꽤 팔랑귀인 편인데 글을 쓸 때도 그런 편이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자주 받고 그러니까 캐릭터에 자꾸 다른 생각이나 설정이 몰래 붙어버리는 것이다. 이게 문제다. 

 

사실 내가 창작을 하지 않는다면 꽤 괜찮은 성격이다. 사회에서는 물 흐르듯이 살아갈 수 있고- 왜냐하면 정말 중요한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는 나는 완고하기 때문에 인생에 큰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창작물을 읽을 때에는 손쉽게 몰입한다. 나는 소재보다 얼마나 창작자의 능력이 대단한가에 비례해 작품에 빠지기 때문에 정말로 다양한 작품을 잘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작고 귀여운 영역에서 심지어 1차도 아니고 2차창작, 즉 패러디소설을 생산하고 있다. 그래서 이건 문제가 됐다. 특히 2차창작은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와 세계관이 있다는 점에서 직접 설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작하기가 대단히 쉽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잘 쓰기가 어렵다. 자기것도 아닌 것을 연구하고 디테일을 기억해서 개연성을 맞춰 잘 써야하기 때문이다. 어렵다. 최근 내가 쓴 글에 나오는 캐릭터는 자신이 생각한 캐릭터와 달라서 보고 싶지 않다는 내용을 봐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나도 내가 생각한 캐릭터가 다른 방식으로 엇나가 묘사된 이야기를 눈에 거슬려하면서 본 적이 있는데 나도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단 말인가? 뭔가 잘못됐나? 

 

동시에 나는 캐릭터빌딩을 못하는 사람인가보다하면서 급격하게 의욕을 잃었다. 사실 나에게 소설은 원래 굳이 쓸 필요가 없는 장르다. 일기는 휘리릭 쓰면서 내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이후에 나의 삶을 돌아보기 위한 글이지만, 소설은 노력과 시간은 있는대로 들어가면서 나에 대한 글도 아니고 (하지만 물론 나를 담아낼수밖에 없다) 여러번 볼만큼 내가 잘 쓰는 것도 아니라서 내가 나의 독자가 되기 힘든 장르다. 나 이외에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거나 읽힐 가치가 없다면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는 소설을 쓰기보다 나 혼자 여기저기 뻗어나가는 상상을 즐기는 게 더 재밌다. 더 빠르고 쉽기까지 하다. 

 

하지만 쓰다만 글을 어거지로 일단 완결지으면서 생각해본 건데, 나는 사람을 꽤 잘 파악하는 편이고 심리도 잘 캐치하는 편이라 캐릭터이해가 문제인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원작에서 주어지는 정보가 너무 적은 캐릭터를 날조했고 그게 그 사람의 취향이 아니었을 따름이다. 또한, 그렇게 날조하다보니 아무래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어지고 그래서 쓰다보면 생각과 다른 묘사가 들어가 나중에 읽으면 주인공이 좀 다른 사람이 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고백한다. 물론 나의 글쓰기나 묘사 실력도 문제가 많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손이 생략하고 있고 그래서 복선하나 없이 나 혼자 뒷 설정을 많이 깔고 있는것 같다. 이 문제는 직설적으로 줄줄 설명하기도 어렵고 그렇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쓰기도 어렵기 때문에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가지는 문제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긴하는데 여튼 복선을 안 깔고 친절하지 않은 점이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세상에 작품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이 있듯, 덕질을 하는 데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애초에도 2차창작을 딱히 즐기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었고, 특히 커플링덕질은 더더욱 안했고, 일단 공식이 많이 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고 사람들의 해석에 엄청 열려있는 부류였다. 다만 이번에 자주 보이는 사람들이 원래도 마이너만 먹는 줏대 엄청나고 취향 엄청 좁고 캐릭터 해석에 엄격한 소비러들이라 나와 조금 달라서 놀랐던 게 아닐까 싶다. 나는 나대로 내가 하고싶은만큼 즐겨야지. 지금 쓴 거 너무 그냥 내가 맘대로 쓴 개인창작소설같은데, 보고나니까 좀 뿌듯하고 아무렴 어때 싶다. 나는 원래도 글을 쓰는게 덕질 하는 것보다 우선시되는 사람이었으니까 오히려 좋다! 조금 더 열심히 많이 글에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고, 이름만 바꾸면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좋아 땅땅땅! 판결 완료! 

좀 더 능력을 갈고 닦아서 내가 해석해낸 이야기를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글을 쓰고 싶으니까 있는 것들을 활용하는 사람이니까 그걸로 오케이! 글 내부적으로만 잘 짜임새있게 완결이 나면 된다!  힘내보자! 어쩌면 지금만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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