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만하게 살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따뜻하면서도 냉철하고 외로움을 알면서도 사람을 따르게하고, 평범하게 대중적인 소재로 이야기하면서 특별한 감성을 지니기를 바랬다. 운동도 잘 하고 명상도 잘 하고 내향적이면서도 외향적으로 완벽하게 굴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인데도. 그 전부를 이 어린 나이에 훈련받지 않고서 해내기 힘든 사람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삶도 행동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뭔가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의 사소한 몇가지 행동들에는 수치심을 느꼈다. 맞아. 그건 수치심이었다.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다. 

 

단순하게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엄격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타인에 대해 너그럽고 자신에게 엄격한것,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보통 자신에게 너그럽고 타인에게 엄격해 소위 내로남불인 사람이 되고,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반대의 경우니까 아무튼 더 좋은 게 아닐까? 꽤 가벼운 발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됐던 것 같다. 나의 반응은 단순히 엄격한 나 자신을 더욱 탓하는 게 아니었던 것 같다. 

 

항상 누군가 나를 제대로 보아주고, 나의 진짜 좋은 점과 나쁜점을 명백히 구분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내가 이 왜곡된 평가기준을 벗어던지면, 어쩌면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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