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그 작업의 일환이다. 

 


 

작은 실수에 대해서는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된다. 고작 그 걸로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 

 

나는 나의 작은 실수를 발견하면 생각이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나는 직접적으로 나에게 돌려지는 비난/비판에 민감한 편이다. 민감하게 받아들여 한 순간 머리 속이 하얗게 되고, 하루종일 우울해 할 때도 있다. 나를 관찰해 보니,  나는 좀 나에게 많이 엄격한 것 같다. 

 

아주 작은 해라도 다른 사람에게 끼친다면, 아주 작은 폐라도 끼친다면, 이상적으로는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었다면 그것은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잘못이 1%라도 있다면, 그것으로 인해 누군가가 조금 불편해보인다면 갑자기 나를 스레기색기로 스스로 매도한다. 어떻게 그것도 생각하지 못했냐고. 갑자기 앞으로 영영 엄청난 미움을 받을 것 같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것 같고, 그래서 내가 너무 바보같고 모자란 것 같고, 이것이 진짜 나인 것 같고, 엄청나게 우울해지더라. 최근에 연달아서 그런 일이 두 번 있었는데, 30일에 자잘한 실수와 주의력 저하로 (예를들면 이미 있던 번호를 기간만기된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써서 파트장님을 귀찮게 한 것) 파트장님에게 혹시 요새 무슨 일 있냐고, 요새 잘 한다 싶더니 왜 또 이러냐고 듣고 엄청나게 우울해진 것이 있고 - 사실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했을 것 같은데, 내가 특별히 더 못났던 게 아닌 것 같다. 애초에 그 번호가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당연히 만료된 것이라고 어케 생각하지? - 오늘 새벽에는 몽롱한 정신으로 당사자에게 알람이 가는 인용을 모르는 사이인 사람에게 해서 놀랐다는 말을 듣고 머리가 새하얗게 돼서 또 나를 질책했다. 별 것도 아니고 내가 미안하다 해서 끝난 일일텐데 당시에는 너무 무섭고 그냥 다 피하고 싶어지는 거다. 이게 공황의 전단계일까 싶은 정도였다. 

 

사람이 어떻게 매양 그 누구의 선도 침범하지 않고 능숙하게 대할 수 있을까. 가능한 사람이 있겠지만, 소수고, 그것이 나는 아닐 것이다. 동시에 나처럼 사소하게 누군가의 선을 침범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중요한 건 사과하는 거고, 다음에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거다. 

 

최근 내가 극도로 우울해 했던 건, 파트장님은 사소한 민폐에도 바로 반응하는 사람이며 꽤 감정적인 사람인데, 표현방식보다는 거기 묻어있는 감정이 너무 나에게는 크게 다가왔던 것인 것 같다. 그래서 어릴 때의 비슷한 친구와 절교하며 느꼈던 감정이 (아마도) 떠올랐던 것 같고, 그것에 짓눌렸나보다.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은 딱히 나한테 그렇게 태도나 방식에 관련된 피드백을 하지는 않고, 다른 팀에 있을 때는 성실하고 일을 잘한다는 말도 종종 들어왔는데 요 몇달동안 전부 잊어버린 모양이지. 센스가 좀 없는 편이고 유머가 좀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평범한 사람인걸!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듯, 나에게도 맞지 않는 사람이 있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들보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을 더 생각하는 게 맞다. 그냥 내가 부족한 부분은 장기적으로 조금씩 커버하자. 그리고 그것보다 내가 가진 장점에 더 집중하자! 

 

내가 가진 장점이 뭐더라? 그게 지금은 더 중요한 듯! 늘 생각하잖아, 지금은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시대라고. 약점이 아무리 있어도 날카로운 장점만 있으면 그걸로 되는 시대라고. 


 

※ 나한테 정병이 있는 게 아닐까 크게 확대해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냥...INFJ의 특성에 내가 지레 놀라서 우울해했던 게 있는 것 같다. INFJ 검색하다가 갑자기 침착해지면서 안심이 됨. INFJ는 어릴 적에 방황을 많이 하는 유형이라고 한다. 생각이나 번뇌가 많아서 결정을 어려워하는데,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인생을 살아보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교훈을 얻어 이정표로 삼아야 하지만 어릴 땐 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결국 나는 내가 실수가 많고 한 번에 해내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원래 그런거인 거다. 그냥 그렇게 0에서부터 맞춰가면서 점점 더 현명해지는 그런 유형인 거지. 어릴 때 이것저것 많이 실수하고 실패하고 겁 먹지 말고 더 많이 도전하고 직접 느끼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 더 두려움없이 미래를 믿고 움츠리지 말아야겠다. 더 나아지기만 하면 되니까. 생각해보면 나는 어딜 가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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