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름 신경쓰던 일 하나가 끝나자마자 코로나에 걸린 걸 보고 어쩌면 내 딴에는 풀어진다고 풀어진 것이 아직도 긴 삶을 살아낼 만큼 풀어지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지, 나는 내게 맞는 방식으로 끝이 없는 것만 같은 길을 자체적으로 나눠서 달리고 있었는데, 다만 아직 긴장해 집중하는 것과 이완하고 편안히 쉬며 재충전하는 것을 오가는 게 능숙하지 않을 뿐이다. 

 

8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부터 대학교를 졸업하는 20대 중반까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는 학기에 맞춰 삶을 조절해왔다. 목표와 계획이 삶의 동력이 되는 나에게는 기간을 쪼개고, 그 기간 동안 이룰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내가 정할 수 없는 환경이 동시다발적으로 바뀌는 학기에 내 개인적인 시간 단위를 동기화시키는 건 굉장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었다. 1년을 1학기, 2학기와 여름, 겨울방학의 4번으로 쪼개고, 학기는 2번의 시험기간으로 또 쪼개고, 그 사이사이 시험날짜와 과제제출일자를 기준으로 또 시간을 쪼개고, 그러면 그 주차에 할 일이 정해지고, 그러면 그거에 맞춰서 하루하루를 쪼개고, 시간도 쪼개고 분도 쪼개고... 그렇게 그냥 다 쪼개서 살았다. 특별히 쪼갠 시간에 정해진 계획을 전부 완수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지만, 시간을 쪼개서 거기에 내가 미래를 미리 채워두면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학교를 졸업했다. 내가 동기화했던 시간의 틀은 사라졌다. 입사한 회사는 제조업이 아니라 유통업이었기 때문에 1년 365일 하루 24시간이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스케줄이나 체력에 맞춰서 알아서 쉬었다. 나는 취업준비를 하고, 입사를 하고, 아둥바둥 버티고, 이 이후에 내가 어떻게 더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안에 떨고 쫓기면서 언제 쉴 수 있을지를 몰랐다. 지금은 일단 버티면 돼, 하고 그냥저냥 버티던 날도 하루이틀이다. 이제는 좀 멀리 봐야 할 것 같다. 억지로 생각을 끊고, 의도적으로 연차를 쓰고, 일부러 약속을 잡고, 그렇게 쉬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널부러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재충전하고 스스로 페이스 조절하기! 인생은 길고, 나는 아주 오래오래 일 할 거고, 하루하루의 업무 퀄리티에도 좋은 컨디션으로 임하는게 진짜진짜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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