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달 고민이 많았다. 나는 말을 하고 싶고,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 나만 할 수 있는 생각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사람마다 허용범위라는 것이 아무래도 있는 모양이라 어디까지가 가벼운 피드백으로서 타인에게 의견으로 받아들여지는 지, 어디까지가 누군가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건지 건건이 다른 걸 내가 다 어떻게 알란 말인가. 그래서 상사로부터 받는 피드백에 기반해, 표현을 매끄럽게 할 수 있도록 신경썼다. 뇌에서 입까지 고속도로 태우지 않고 최대한 돌려서 말할 수 있도록 필터를 거칠 수 있도록 애썼다. 메모장에는 자잘한 느낌표들이 늘어났다. '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기! ' , '가장 주요한 근거를 붙여서 3줄 내로 요약한 걸 빨리 말하기!' 생각해보면 나는 글도 이런 방식으로 쓰면서 발전했다. 일단 쓰고, 여러번 다시 읽으면서 스스로 퇴고하고. 그래서 말하기도 비슷하게 하면 될 것 같았다. 

 

다만 이러니까 단점이 있었다. 사실 뻔한 이야기다. 나는 원래도 마이너스에 집중하는 사람이었다. 약간의 후천적인 완벽주의적 기질로 인해 몸을 사리는 편이고, 무언가를 타인에게 내놓기 전에 굉장히 많은 수정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에는 아예 없던 것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분명 나는 뭔가를 굉장히 많이 생각 하는데 그만큼 많이 포기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최근에 실장님한테 미팅할 때 자기 의견은 직접 이야기하자고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나을지 생각을 좀 더 해봤는데, 틀을 벗어난 이야기를 하면 될 것 같다. A혹은 B중에 뭐가 낫냐는 질문을 받아서 거기에 대해 A혹은 B로 대답을 하는 것은 훌륭한 의견제시 및 참여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없다. 사람들은 의외로 타인의 의견을 구하지 않더라? 그렇다면 더 많은 경우, 즉 담당자가 의견을 구하지 않았는데 내가 의견을 내야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을 해 보자. 일단, 담당자가 의견을 구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의견을 내서 XX를 없애라고 주장하는 건 월권이 될 확률이 높다. 뭔가 담당자의 생각이 있었고 이유가 있어서 결정한 것일 확률이 높으니까. 그렇다면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건 담당자가 생각을 못해봤을 수 있는 의견을 내는 거다. VV를 추가하면 어떨까, 문구에 TT를 추가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담당자는 그거에 대해 검토만 하면 되니까 일단 기분나빠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까.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에 집중하는 거다. 

 

이 연습은 회사생활 뿐 아니라 내 삶 전반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꽤 여러번 느낀 바지만, 내 자신감을 위해서, 나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의 첫걸음으로, 내가 세상에서 더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한 자리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있도록 하는 데에는 내가 세상에 플러스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큰 변화는 작은데서 시작하는 거니까, 이렇게 시작하는 거다. 태도가 바뀌기 전에 시야가, 시야가 바뀌기전에 말하는 습관이 바뀔 수 있도록. 

 

 

 

 

* 아 아무말이나 해서 나도 정확히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퇴고해야지 (...습관 또 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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