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이 싫다. 누군가와 싸우는 게 별로다. 그다지 경쟁하고 싶지 않다. 내가 순하고 평화롭기 때문인 게 아니다. 온갖 다툼의 상황에서 진심으로 눈이 뒤집어지는 내가 싫어서다. 그냥 일반인인 내 생각으로는 조금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급적이면 선비로 살고 싶다. 사람 됨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나는 기가 약한 사람이다.
나도 고집이 있고, 나에게도 감정이 있지만 그래도 논리적이고 맞는 말을 들으면 수긍한다. 무논리로 그저 우기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는 항상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늘 부족한 상태인 걸 아니까 누군가가 나에게 피드백을 해 주면 일단 듣고 고칠 수 있다면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 같이 있는 사람이 하고 싶은 게 있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따라간다. 대개 내가 혐오하는 일도 아니고, 그 사람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으니까.
나는 자주 지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의견에 자주 휘둘리고, 누군가에게 설득당하고 내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듣는 편이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지는 게 이기는 일일 때도 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나는 얼마든지 져 줄 수 있다. 허허하고 속 없이 웃고 그냥 져 주고 말을 들어주는 건 사실 생각보다 쉽다.
하지만,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 쉽지만 항상 져 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은 싫다. 어쩌면 나에게 남은 마지막 감정적인 고집일지도 모르는 부분은 이 부분이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지, 나는 네가 좋은 그게 나도 좋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의견이 없어서 나에게는 호오가 없어서 그저 예스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사람의 의견을 듣고, 나의 의견과 호오를 체크하고, 온갖 경우의 수에 숫자를 매겨 더한 총합을 비교한 후에 그 사람에게 '나도 네가 좋다면 좋아'라고 말하고 있다는 걸.
욕망이 선명한 사람은 좋다. 속이 투명한 사람은 대응하기 쉬워서 편하다. 누군가를 대함에 있어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 꽤 플러스요인이다. 그러나 자신의 욕망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욕망도 크기와 관계없이 소중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라면,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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