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오만했다. 특별히 남들을 따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취향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타인과 다른 '나'를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과연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들로 가득하고, 편견은 무섭고,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남들이 다 챙기는 기념일의 들뜬 분위기는 늘 따스하고 거기에 편승하는 것만으로 나는 간단히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행사는 풍요롭고, 절차와 내용들이 대개 정해져있어 특별히 힘들여 고민하지 않아도 손쉽게 빠져들 수 있다. 

 

나 하나만 책임지는 것만 해도 생각보다 무겁다. 나이가 차 생업에 종사하다보니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대부분이 채워져버린다. 기념일을 챙기고 특별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일상 속 여유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덜 쓰고 더 많이 즐거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다른 사람들을 레퍼런스로 잡아 템플릿을 복사해 오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이다. 특별히 남들이 다 하는 걸 하고 싶다기 보다는, 그냥 그렇게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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