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토록 나를 미워하는 걸까? 라고 썼다. 그리고 그 이후로 한참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피곤한 건지 생각하기 싫은건지 몽롱한 정신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가는 생각들을 그러모으다 말고 전부 던져버렸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의미 없는 생각인 것 같다. 점점 느끼는 건데, 의외로 세상도 사람도 그냥 다 대충 그냥 뭉개고 섞여서 살아가고 있었다. 깊게 생각해서 무언가를 구분짓거나 명확히하거나 이유를 찾을 수 없거나, 찾더라도 그것이 답이 아니거나, 찾을 이유조차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괜히 시간과 심력을 들여서 의미 없는 고민을 하면서 스스로를 고문할 필요가 있을까? 

 

어릴 때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싸우고 십여 년을 절교해 연락조차 닿지 않은 친구와 최근 다시 연락하게 되어 서로 집에 놀러가는 수준으로 다시 관계를 이었다. 걔가 만날 때마다 욕하던 친구는 그 아이가 큰 시험을 칠 때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사람이라는 건 정말 어떻게 될 지 알 수가 없다.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다가도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정말 싫어하던 사람에게 크게 감사할 일이 생긴다. 타인을 대하는 것과 나를 대하는 것이 결국 사실은 다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무언가 나만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거지. 한 사람을 그저 사랑하기만 할 수 없듯이 나라는 한 사람도 그저 사랑하기만 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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