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심리학
-CG융의 인간심성론
저자: 이부영
이게 그냥 현실도피를 위한 방편일수도 있는데, MBTI를 조사하다보니 좀 더 전문적이고 깊은 수준의 지식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심리학적 유형론으로 MBTI의 기초를 확립한 융에 관한 책을 빌렸다. 생각보다 너무 나에게 잘 맞는 것 같은 이 유형론의 시초는 누구인가, 왜 어떻게 시작했나?
유명한 사람은 C.G.융이다. 프로이트의 제자로 스승에게 반기를 들었다고 하는 유명인이다. 나는 일단 융이 정신의학쪽이고 이 책을 쓴 이부영이라는 분이 신경정신과 전문의였었다는게 몹시 신기했다. 이건 좀 약간 심리학이면서도 의학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융의 이러한 유형론은 사실 융의 학설 중 초기적 학설이라고 한다. 애초에 눈에 보이지 않는 각 개인의 심리를 몇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건 아무래도 연구하기에는 엄밀성이 떨어지는 대상임에 분명하다. 그렇다 보니 연구를 하면 할 수록 좀 더 이론적인 것에 가까워 지는 것이 아닐까. 현재 심리학 학계에서도 MBTI는 별로 다루고 있지 않는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너무 다양하고 추상적이고 복잡해서 연구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는 힘들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그저 융은 과거의 사람으로서 크게 보고 본 것을 정리하고 싶었을 뿐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시도만으로도 이렇게 내가 알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이 유형론의 시작은 "왜 내(융)가 프로이트나 아들러와 구분되는가"라고 한다. 융은 사람의 이론과 생각도 개인의 유형과 연결지은 것 같다. 근데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이 자신의 성향과 역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은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인간 상호간의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오해, 논쟁, 편견의 근원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사람이나 세상을 보는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하는 가치에 대한 전제가 다르기 때문에 결국 서로 말이 빗나가고 격론이 벌어지고 반목한다."
특히 내가 MBTI에 대해서 여러 정보를 긁어모을 때 하는 생각과 너무 같았다. 사람이 누가 더 열등하고 우월한가. 더 많은 자들이 만들어둔 소위 사회의 기준은 정말로 절대적인가? 내 대답은 아니오이다. 항상 오해가 있을 때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은 표현방식의 차이와 목표의 차이다. 누군가 아주 선량한 사람과 아주 악독한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고 따라서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아주 많은 오해가 존재한다.
책에서는 융의 심리학적 유형론도 융 자신의 인간관계에서의 고통스러운 갈등을 밑거름으로 생긴 것이며 융이 그 고통을 심리학적 통찰의 원동력으로 삼은 것이라고 한다. 물론 사실 융의 유형론은 개성존중의 풍토에 대항해 그래도 인간은 몇가지 경향으로 나눌 수있음을 말한 거긴 하지만.
융은 심리학적 유형을 두 가지에서 보는데 바로 내/외향의 태도와 기능유형이다
1. 내/외향의 태도
내향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해 지면서 '내향성'이 그저 소심한 태도와 다르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고 있다. 융 또한 내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융이 정의하는 내향은 주체를 객체보다 중시하는 경향이다. 심지어 더 가치를 부여하는 그 태도가 몹시 인상적이고 기뻤다.
그에 따르면 결국 모두 적극적인 사람이라는거 리비도가 어느쪽으로 흐르느냐의 차이라고 한다. 결국 모든 인간은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지키기 때문이다. 융은 내/외향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지키고자 하는게 주체냐 객체냐에 따라 구분했다. 내향성은 객체를 주체를 위협하는 존재로 생각하고 밖에서 오는 자극에 대해 주체를 지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최근 특히 내향성이 심해진 나는 몹시 동의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자극이 직접 닿기 전에 수문장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 같다. 주체는 문 뒤에서 자극이 괜찮은 것인지 항상 관조하고 파악하려 한다. 반면 외향적인 것은 관심이 밖으로 향하고 관계를 맺으며 밖의 상황을 바꾸려고 하기까지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결과 여러가지 말과 행동으로 영향을 끼치려고 하는 외향적인 사람과 그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고자 문을 닫아 건 내향적인 사람의 차이가 발생한다.
2. 융이 말하는 네가지기능 : 사고, 감정, 감각, 직관
<후에 만들어진 MBTI에 따르면 INFJ와 INTJ가 속하는 내향적 직관에 대해서만 발췌한다.>
내향적직관:
내향적 직관이란 직관이 내적으로 흐르는 것이다. 이 때에는 객관세계에서의 어떠한 그림이 잘 팔릴지, 가능성에 대해 깨닫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 깊숙히에 있는 원시적 요소들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으며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가를 파악하게 된다. 이말인 즉, 내향적 직관은 정신세계에서의 가능성을 촉지하는 주 기능이며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내향직관형은 사고와 감정같은 판단기능이 비교적 약화 되어 있으므로 자기의 경험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데에 곤란을 느끼기도 한다. 그에 더해 대게 어떠한 것의 내부에 있는 것을 읽어내므로 신비주의적인 특성을 띠기 쉽고 사람들을 설득하기가 몹시 어렵다. 보통 천재적 바보의 상으로 시대를 앞서 잘못 태어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다. 종종 문학에서는 인정바딕도 하는데,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같은 책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사실 열등기능인 외향감각때문이기도 하다. 외향적 직관형과 마찬가지로 내향적 직관형도 감각기능이 가장 억압되어 열등한 상태에 있는데, 이로 인해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기 쉽다. 그래서 논문을 쓰거나 강의를 하면 뒤죽박죽이 되어 독자나 학생의 불평을 사기 쉽다 ㅋㅋㅋ 근데 웃긴게 독자도 내향형이면 이를 더 즐긴다.
사실 이는 조금 이해되는 바가 있다. 내향적직관형인 나는 굉장히 방대한 지식을 이해하고 있는 속이 깊은 사람의 의식의 흐름을 좋아한다. 열정으로 아는 모든 것들을 말하고 싶어하고, 수준 조절을 못해서 가끔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내용들을 떡밥처럼 죽죽 던지는데, 그게 있음으로 인해 더 재미있고 더 개연성이 있으며 이해가능한 수업이 된다. 특히 신화류, 윤리류같은 경우. 의식의 흐름수업을 하는 교수님/선생님을 좋아하고 은근 구조화를 잘 해서 내 필기가 인기있었던 적도 있었다 ㅎㅎ
여튼 이 유형은 외향감각이 가장 미분화된 상태이므로 현실감각이 극도로 결여되기 쉽다. 살기 힘든 타입이다. 과도하게 내향직관에 사로잡힐 경우 이 외향감각은 의식과 대립되는 경향을 취해서 강박적으로 객체적 감각에 구속된다. 그래서 강박신경증이 나타나기 쉽다. 감관의 과민,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강박적인 속박 등... 약한 경우로는 완벽주의적 성향이 나타나는 이유의 일부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의외로 이 유형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도덕성을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도덕적 문제가 부조리라고 여길만큼 비뚤어지기도 하는 모양. 따라서 판단을 주재하는 사고나 감정이 중요하다. 판단이 살아 있으면 도덕을 의식하게 된다. "그것이 나와 이 세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와 세계에 그 인식(도덕)으로부터 어떤 과제와 의무가 부여될 것인가'와 같은 형식이다. (그 다음은 뭔가 어려운 말이지만 내 나름의 해석을 해 보자면) 이 유형은 굉장히 주관적으로, 어떠한 '이상vision'을 중심으로 도덕을 의식하게 된다. 이 유형은 이상은 관조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이상이 주체의 삶이 되고자 함을 인식하는 것으로 도덕을 의식한다. 이 유형이 도덕을 의식한다는 것은 그들의 이상(vision)을 자신의 생 속에서 개선/실현할 '의무'를 느낀다는 것이다. 이 개인이 주관적으로 인식한 이상vision에 대한 의무 때문에 이 유형의 이상에 의거한 도덕적인 노력은 일방적인 것이 된다. 근데 웃기게도 이 유형은 스스로와 스스로의 생을 상징화하는 것과, 현상이 지닌 내적이고 영원한 의미에는 적응하지만 구체적 현실에는 적응을 하지 못해서 현실에 도덕적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정리하자면, 비전의 형식으로 도덕을 인식하며 그를 생에서 추구해야 할 의무를 느끼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도덕을 추구하지만 현실에는 그닥 영향이 없다는 거다 ㅋ
3. 열등기능
열등기능은 사람이 어디서 미련한가를 보면 알 수 있다(그니까 공부머리가 따로 있냐며 대체 얜 뭐지 하는 말을 듣던 나는 과연 외향감각이 부족했던 것..!)
자주 언급되는 열등기능이 분화발전하는 것은 자기실현의 가장 큰 과제이다. 열등기능이란, 저는 다리 같은 것으로 조금 더 어색하고 미숙한 기능인데, 보통 사람은 타인의 말이 자신의 열등기능을 건드릴 때 화를내거나 짜증내거나 당황한다. 이 열등기능의 소재가 바로 열등감이다. 열등감을 해소하는 것은 열등기능을 분화시키는 것인데 열등기능은 주기능과 달리 발달시키기가 참 힘들다 ㅠㅠ 열등기능을 쓰려면 시간도 오래걸리고 성과도 느리며 주기능을 일시적으로 희생시켜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심지어 열등기능을 쓰면 초반에는 몹시 과다하거나 과소해서 컨트롤하기 힘들고 스스로 멘붕이 와서 그만두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열등기능을 용기를 내서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모자란 점을 인정하고, 그 기능으로 하여금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분화시키고, 초기 미숙하여 파괴적일 때를 잘 견뎌내면 결국에는 자기실현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PS> 이제마의 사상의학, 디오니소스적, 아폴론적 유형같은게 다 이쪽계열의 다른 연구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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