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 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자신을 사랑할 줄 몰랐던 어린 날에 대한 반성으로 마지막 줄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기형도시인이 일찍이 먼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어둔 이 짧은 글토막에 지금 내가 느끼는 모든 심정이 담겨 있다. 나는 가끔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가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힘겹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런 집약적이고 직관적인 시를 보고 내 감정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에 소소한 구원받음을 느낀다. 그래서 시가 아름다운 것 같다.
그런데 후회하는 시인과 달리 나는 아직 저녁거리를 배회하는 나의 청춘이 이대로 스러지지 않기를 바란다. 질투를 내 힘으로라도 삼아 근근히 나아가길 바란다. 거친 세상에 우리는 나아가지 않으면 도태되고, 내가 나를 포기하는 것은 죽음이므로. 나는 죽음이 두렵다. 여기서 멈출수가 없다. 어리석은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 미친듯 한 평생 사랑을 찾아 헤매일 것이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나의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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