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돌이 날아온다. 부스러진 모래알 알아볼 수 없는 가루에서부터 두 눈 가득 들어찰만큼 큰 돌까지 자꾸 돌이 날아온다. 저 안개낀 너머에서는 돌을 쪼는 게 일이었다. 안개 너머로 돌가루가 날고 그 사이로 돌이 튀었다. 안개낀 저 너머에서부터 날아오는 돌은 사실 아주 죽을만큼 아픈 건 아니었다. 돌 한 둘 쯤이야 뭐, 돌 쪼다보면 날아오는 게 당연한게 아니겠어. 우리는 그저 맞고 있었다. 작은 돌이 눈에 끼어서 눈물이 쏙 뽑히면 눈을 씻었고, 돌에 긁혀서 상처가 생기면 흐르는 물에 씻었다. 상처는 곧 물에 쓸려 사라졌다. 그냥 그게 늘 그렇게 숨 쉬는 것처럼 당연했다. 우리는 숨이 끝나면 죽는 것처럼 돌을 쪼고 돌을 맞는 시간이 그치면 죽을 것으로만 믿었다. 왜 안개 건너에 태어나서 돌을 맞으며 살아야 하나, 가끔 한탄하기도 했지만 태어나는 건 우리의 몫이 아니었다. 종종 이 땅에 나타나려는 아가들을 말리고 쫓아내면서, 너희들은 여기에 태어나지 말아라, 이렇게 살지 말아라 할 뿐이었다.
맞다. 중요한 건 아가들이었다. 크고 작은 이들이 여기 한데 있었다. 많은 큰 이들은 그저 숨을 다 쉬면 그뿐이었지만 작은 아가들은 아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아가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여기에 태어나 돌가루를 맞으며 울고, 눈이 빨갛게 물들었다. 생채기는 나타났다 사라졌지만 아픔은 나타나기만 할 뿐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알 수 없는 누군가는 돌이 날아올 때마다 소리를 질렀다. 여기 아가들이 있으니 돌을 날게 하지 말아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안개는 소리를 먹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소리를 지르면 무언가 좀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작은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보일 때마다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사실은, 시간이 지나도 썩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다. 아가들은 여전히 아프고, 어른들은 여전히 숨 쉬기에 바빴다. 숨을 얼마나 열심히 쉬었던지, 하늘이 다가와 안개가 흐릿해졌다. 저 멀리 돌 쪼는 이들이 보여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우리가 여기서 아프고 있다는 걸 아니? 너희들은 여기에 돌이 날아오는 걸 아니? 돌이 왜 여기로 날아오는 거니? 안개 너머 사는 이들은 대답이 없었다. 우리는 언제나 그들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그 너머에 무엇이 있길래 그토록 열심인지, 한 번 돌아보지를 않았다.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갑자기 어느 순간 돌을 던지고 사라지는 걸 보았다. 벽처럼 늘어선 등은 그 때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다. 많은 시간을 그 등에 쏟았다. 그리고 어느순간, 그들을 깨우기로 했다.
우리 발치에는 언제나 돌조각이 굴러다녔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모래판 위에 발 디뎠고, 사각사각 돌조각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잠 들었다. 돌을 갉아내는 그들이 다르다면, 우리도 돌 조각을 보여주면 되는 게 아닐까. 그렇다, 돌을 던지면 되는 것이다. 날아오는 돌에 돌을 던졌다. 하늘에서 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돌이었지만 하늘에서는 천둥같은 소리가 났다. 우르릉, 저 너머로 돌 조각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가끔 돌을 맞추지 못해서 그대로 맞기도 했고, 완전히 저 너머로 던져버리기도 했다. 화가 났는지, 더 많은 돌 덩어리가 날아왔다. 돌은 조금 더 커지고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언니들은 그에 맞서 돌을 갈았다. 천둥소리는 더 커지고, 돌 조각은 더 날카로워지고, 드디어 안개너머 사람들이 등을 돌렸다. 귀찮게 누가 자꾸 뒤에서 시끄럽게 굴어. 뭐가 문제야. 돌은 왜 갈아. 너희는 왜 돌을 던져. 날카로운 돌을 던지다니, 나쁜 행동이야. 예상과는 많이 달랐지만 또한 너무나 당연했던 미래가 펼쳐졌다.
이 바보들, 당연하고 익히 알고 있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야. 새롭게 나타난 거라고 해서 더 중요한 것도 아니지.
소리가 나는 이유는 손이 마주쳤기 때문이잖아. 두 손 다 잘못한 거잖아. 말이 통한다고 해서 새로운 손만 잘라내는 게 정말로 옳은 일이야?
우리는 계속 맞고, 아프고, 울었어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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