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의 어둠에는 마력이 있다. 가장 메모와 손과 온갖 기록으로부터 먼 그 시간에는 어째서인지 생각이 퐁퐁 솟아난다. 그렇다, 그 중에 지금까지 기억에 남은 하나를 적어보기로 하자. 요즘 티스토리에 쓰는 글들이 유달리 몽글몽글하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그게 나의 어제와 나의 오늘의 일기장의 차이때문인 것 같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일기를 써 왔다. 어릴때에는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기를 쓰는게 항상 숙제였다. 아주 어릴 때에는 한 문장도 되지 않을 일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그림일기를 썼더랬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는 줄글 일기로 바뀌었는데 졸업할 때까지 줄의 굵기만 줄어들 뿐 매번 숙제로 일기쓰기가 나오는 것은 늘상 같았다. 그냥 습관처럼 글을 썼던 것 같다. 일기장을 쭉 읽으면 내 정신이 어떻게 자랐는지 볼 수 있었다. 대략 초등학교 6학년 때쯤이 될 때까지 나는 참 정돈되지 못한 글쓰기를 했다. 조각글만도 못했다는 말이다. 아마 내가 6학년 때 쯤부터 머리가 좀 큰게 아닌가 싶다.
근데 숙제로 쓰는 일기는 누군가는 반드시 읽게 마련이다. 보이고 싶지 않을 때에는 일기를 쓰고 그 위에 검은 펜이나 종이로 덮기도 했지만, 정말로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은 작은 일기장에 했던 것 같다. 한때 유행 했던 자물쇠로 잠그고 상자안에 넣어서 2중으로 잠가 보관한 다이어리다. 나는 많은 눈물과 미움과 고통을 그 상자안에 밀어넣고 자물쇠를 채웠다. 가장 밑 서랍 그 어딘가에 숨겼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마음이 소란하면 일기장에 꾹꾹 눌러담고 나를 비웠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달력에 적고 잊었다. 자꾸 생각나는 일이 있으면 일기장에 주절주절 몇 번이고 같은 내용을 썼다. 연필로 종이에 글을 옮기면 내 소리가 종이위에 박제되는 느낌이 들었다. 일기는 대개 딱딱하고 거친어투로 마구잡이로 쓰여졌다. 일기의 목적은 토해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다시는 일기장을 펴지 않았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었다. 일기를 써서 나는 더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자잘자잘 티스토리에 일기를 쓰는 것은 예전과는 다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 다짐하고 싶은 행동을 여기 쓴다. 깨달음을 쓰고 의식적으로 미래를 그린다. 티스토리에 쓴 글을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된다. 괜히 한번 더 고친다. 더 몽글몽글하고 더 보고싶은 글이 될 수 있게. 티스토리는 내 거울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