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자 거짓으로 가득찬 좁은 방구석 어딘가에서.
사실 나는 참 내가 착하고 바보같은 희대의 호구라고 생각했다. 착한아이신드롬와 답답한 성격히 합해지면 참 답이 없었다. 하지만 뭐 바른대로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은 저항하고 싶어도 어디선가 수긍하는 태도였어서 쉽게 변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작고 귀여운 걸 좋아하고, 청순하고 귀여운 스타일로 꾸미고 싶어했다. 움직이는 걸 싫어하고, 음악이나 미술을 좋아했다. 취미는 독서. 특기는 그림그리기. 가끔 밤 12시 최대의 감수성을 끌어안고 눈물 뚝뚝 흘리며 일기를 쓰는 게 일과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두어달 만난 사람은 '재무팀 감사직'을 추천했다. 똑소리나 보인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동아리에서 같은 나이의 후배에게 '형'소리를 들어보기도 했다. 친구들은 의외로 고집이 세다든지, 웃으면서 할말은 한다든지 하는 말을 흘리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은, 애가 여려서 걱정이라는 어머니께 '그게 무슨 어이털리는 소리냐'는 표정으로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셨다. 어울린다고 들은 색은 어두운 와인색. 핑크색이나 솜이 많이 들어간 몽실몽실한 옷들은 오히려 흑역사를 만들어 낼 뿐이었다. 사주를 보면 쇠金가 천지에 널려서 냉정하고 까다롭다고.
'본질'이란 대체 뭘까. 얼굴이 바로 '본질'이라며 아름다움을 끝까지 추구하는 친구도 있었다. 명쾌하고 단단하게 주장하는 그 친구를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했다. 추상적인 그 단어를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규정하는 게 아닌가. 나는 나의 본질인 채로 있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내 모습을 유지하려고 주의했다. 하지만 이처럼 상반된 듯한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듣게 되면 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외적으로 보이는 것이 본질인가? 싶으면서도 인간은 몹시 비 합리적이고 심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잘못된 생각으로 오히려 본질에서 멀어지려고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최근 일 년 간 내가 방황하는 데에 일조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굳이 궁극의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추구하려는 태도는 끝없이 어두운 생각의 그 어디에서 빙글빙글 꼬리만 잡고 돌게 할 뿐인데. 결국 그 어디에선가 나는 있지도 않은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게 아니라, 그냥 이정도면 되었어, 하고 임의로 결정짓는게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는, 어느쪽이든 상관 없다면 좀 더 내가 사회에서 살기 편하고 외적으로 일치할 수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PS. 하나는 확실하다. 내가 되게 철학적인 사람이라는 거. 의외로 그냥 적당히 친했던 애들도 내 특징으로 그걸 잡는 걸 보면 어지간히 튀는가보다. 나는 그냥 생각나는대로 생각하는 건데. 그래서 사람들 개인은 정말로 아주 다르다는건가. 서로가 이해하지 못하고 이질적으로 느끼는 영역이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배가 불러서 쓸데 없는 고민이나 한다는 말도 듣고, 마주한 눈이 공허해지면서 말이 튕겨나오는 것도 겪어봤다. 새삼, 일기의 소중함을 깨우치며 내가 가장 편안하면서도 남들에게 이상하게 비치지 않을 그 어딘가의 포지션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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