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김태희만큼 예쁜 건 아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꽤 괜찮은 매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뭐 언제나 그녀의 곁에는 주위를 맴도는 남자들이 한 둘 쯤은 있었던 탓이다. 그녀는 꽤 눈이 높기 때문에 아무나와 사귀고 싶지 않았고 나날이 그녀의 남심 감지능력과 철벽치는 능력은 출중해지고 있었다. 또 시작인가, 그녀는 이번에도 속으로 혼자 피식 웃었다. 모처럼 들은 교양수업에서는 조과제가 있었다. 교양수업이었고 다들 바빴기 때문에 조원들 사이는 버석버석 마르다못해 아주 가뭄이 일었고, 그녀는 사실 그게 좀 못마땅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친하면 안 되는걸까? WHY NOT? 그리고 좀 몇 번 나댔더니 분위기는 꽤 좋아졌고 과제는 깔끔하게 제출하고 끝이 났다. 그리고 제출 후 간단히 점심을 함께한 후 어쩌다보니 한 명과 같은 방향으로 가게 된 것이다. 꽤 열정적으로 사람들에게 친한척을 하긴 했지만 몇 번이나 말 해 봤다고 친한척이래? 굳이 집 가는 방향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돌아 가는 그 남자. 그녀의 촉이 찌르르 울렸다. 그렇다! 귀찮아질 전조인 것이다! 흥, 그녀는 그 누구도 얼굴을 보고 모를 수 없도록 노골적인 표정으로 웃으며 '집이 이쪽이에요?'하고 물었다. 거리는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것이므로 약 한 발 반의 거리는 유지되고 있었다. 남자는 허허실실 그저 '그냥 데려다 줄게요~'하며 넉살 좋게 끝까지 웃다가 마지막에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무슨 소개팅멘트인지? 헛. 그녀는 새침하게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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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성격이 참 밝았다. 여기저기 먼저 말을 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서글서글하게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라 그냥 친하게 대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남녀 가리지 않고 친한 이들이 많았던 그는 사실 친해지는 데 성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주의였다. 팀플도 모처럼 즐겁게 끝났겠다, 나이도 많아 특별히 친구도 많이 없어서 최근 외로웠던지라, 그는 조금 더 떠들고 싶었다. 뭐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는 것도 아니고 잠깐 돌아가는 건데 별거 있겠냐 싶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무슨 범죄자 취급하듯이 애매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멀어지는 저 모습은? 그는 조금 어이가 없기도 했다. 여자가 없지는 않았다. 조금 외롭긴 했지만 곧 소개팅을 할 예정이었다. 시도도 안했는데 벌써 차인 느낌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얼씨구? 도끼병에 걸린건가. 혹시나 싶어 불편하냐고 물어봤더니 당황스럽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이쿠, 그 스스로가 더 당황스러웠다. 여튼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니 끝까지 예의바르게 웃으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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