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사

 

 

그러니까... 여기저기서 MBTI를 하다보면 사기업에 지원하겠다고 하면 인사직을 추천한다. 대충 보면 인사, 굉장히 매력적인 직무다. 일단 인사는 사기업 내부에서 가장 '인간적인' 직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진지하게 고민하려면 그 이면을 봐야 한다. 학교에서 인사/전략 즉 매니지먼트 커리큘럼을 따라가면서 미래에 반했던 나는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인사직무에 지원했고, 그 결과 처참한 서류전형결과를 마주했다. 결과적으로 취준 첫학기를 공으로 날려버린 원인 중 하나.

 

 

1) 인사직무의 세부 분류

 

인사HR직무는 보통 HRM(management 관리), HRD(development 계발) 두 커리로 나누어진다. 대개 채용공고에 '근무지: 지방(누가봐도 공장), 법학과 및 경영학과 우대, 노무사 우대'라고 쓰여있다면 HRM을 원하는 편이고, 그 경우 하는 일은 노사관계 관리, 공장아저씨들과 친하게 지내기, 채용 및 은퇴관리 등등일 확률이 높다. 많은 경우 상대적으로 많이 뽑는 편이다. 주로 제조업이고 20살 더 많은 아저씨랑 술마시면서 친해질 수 있는 넉살이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일단은 뭔가 술을 좀 많이 마시면 좋다.

 

만약에 채용공고에 근무지: 서울 혹은 근교 인재개발원, 직무: xx개발, 교육학과 및 심리학과 우대' 라고 쓰여있다면 HRD를 원하는 편이다. 이 경우에 하는 일은 경력관리, 교육, 연수원관리, 교육프로그램 개발 같은것들이 중심이 될 것이다. 거의 안 뽑는다. 인재개발원같은 곳에서 직속으로 뽑는 경우도 꽤 있고 그 경우에는 심리학/ 교육학 석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식이 꽤 중요한 편이고 상대적으로 여자들이 많이 지원하는 듯 하다.

 

물론 인사라는 직무 자체가 여러 직무들 중에서는 후순위로 나타나는 직무다. 기업의 사이즈가 작아질수록 HRM과 HRD의 구분이 없어지고, 인사팀의 규모가 작아지고, 인사팀이 아예 없어지기도 한다. 세부분류가 있는 곳이 거의 없고, 보통은 '인사'직무로 뽑는데 기업의 산업환경에 따라 알아서 성격이 정해지거나 하는 것 같다. 아니면 인사팀으로 뽑는데 뽑은 다음에 실무진들이 알아서 하위 팀에 배치하든지. 안그래도 백오피스인 경영지원이라 외부에서는 상당히 알기 어렵다.

 

만일 어떤 기업의 인사팀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기업들의 채용상담회에 참여하는 게 좋겠다. 주로 인사팀이 나오는 편이고, 따라서 잘 알기 때문이다. 일단 인사부서에 들어가면 하위팀이 몇개 있고, 하위 팀당 몇 명이 배정되어 있는지, 팀 이름이 뭔지 물어보면 대충 각이 나온다. 회사 크기가 작은 경우에 인사팀 없고 경영지원팀의 2명이서 인사일을 한다든지, 인사부서 밑으로 인사+ 총무가 같이있는데 일을 같이해서 채용,평가,복리후생관리, 경력관리, 홍보, 설명회 주최를 다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인사팀이 크면 인사팀 내부에 HRM HRD가 따로 있고 인사부서장이 상당히 높은 직위도 얻을 수 있다. (임원 직속이라거나)

 

 

2) 인사직무의 장점

 

일단 1. 내부 직원들을 대할 수 있다. 너와 내가 분리되는 영업과 달리 너는 나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상대적으로 갈등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HRD라면. (평가나 급여쪽으로 가면 또 다를 수 있다) 2. 사람에 대한 일을 할 수 있다. 사람의 심리나 교육과성, 성장과정에 대한 지식을 활용할 수 있으며,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다. 좋은 사람을 채용해서 그 사람이 일 잘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또 그게 그렇게 3. 뿌듯하다고 한다.

 

 

3) 인사직무의 단점(?)

 

1. 사측의 대리인이 되어야 한다. 일단 회사의 가치관을 새기고 언제나 사측의 입장을 대리해야 하는 직무다. 스타트업의 경우 사장이 인사권을 다 가지고 있는데 그걸 생각하면 편하다. 만일 노동자측의 마인드를 갖고 있으면서 노동자의 입장에 공감하면(본인이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상당히 고달파진다(고 한다). 2. 프라이버시가 적다. 일단 밖에 나갈 일이 많다. 요즘은 취준생대상으로도 홍보해서 기업이미지를 좋게 하기 때문에 취준생도 고객이다. 그 뿐 아니라 전사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인사팀 담당자)의 메일주소를 알고 있다. 내 얼굴을 알고 있을 확률도 높다. 그말인 즉 가볍고 친밀한 관계를 광범위하게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HRM의 경우에는 더 하다. 이말인 즉 4. 본질적으로 영업이다. 인사직무는 내부영업이라고들 한다. 직원=내부고객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노사간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윈윈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사회생활 잘하면서 감정컨트롤에 우수한 사람들이 이 일을 잘할 것 같다. 영업지원자들 중에 돌진해서 목표달성하는 류의 조건만 빼면 인사지원자가 될 것 같다. 5. 명시적인 성과가 없다. 왜냐하면 돈을 직접 벌지 않는 백오피스업무기 때문. 따라서 문제가 생기면 되게 커지지만 성과는 나타나지 않는 엄한부서다. 이게 생각보다 성취감을 중심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단점이라고 한다. 비슷한 이유로 6. 승진의 한계가 빨리 찾아오고 미래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온갖 취업 컨설팅이나 헤드헌터들보면 대개 다 인사팀경력을 갖고있다. 

 

 

뭐랄까 설렁설렁 사는 것 같은데 아는 사람 엄청 많고 그 사람들에게 이미지 좋고 가볍게 갈등상황을 중재할 줄 아는 비상경이 내 안에서의 인사팀 이미지.

 

 

4) 맺음

 

L사 인재개발원의 인사기획직무같은 특수직무 ( 석사 이상만 뽑는다는 카더라가 있다)라던지 H사 교육컨설팅같은 누가봐도 교육에 관련된 회사를 제외하면 인사팀에서 상당히 중요한 것은 '인성'인 것 같다. ( 물론 내가 심리학과가 아니라서 (스펙이 덜 교육이라서) 그쪽 서류는 다 떨어져서 그럴수도 있다. ) 면접 같이 들어가서 인성면접 보면 아, 이사람이 되겠구나 하는 감이 오기도 한다.

 

대충 여태 본 합격자들을 보면 주로 형태가

 

1. HRD : 누가봐도 심리-교육 루트: 심리학+ 교직이수+ 교육컨설팅 인턴 + 선한 자소서  --> 교육산업

2. HRM+a: 비상경+ 성격좋음(적이 없는 류의 서글서글함) + 학벌 + 고학점 + 외국어 + 몇가지 회장경력  --> 제조업 인사팀

 

 

결론: 한 학기 + 인사직무교육의 결과 나는 인사직무를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ㅂ;

(인사직무의 꿈을 키우게 했던 그 인사관리 수업의 교수님... 밉다....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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