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과거 되짚어보기 비슷한 걸 하고 있는데, 으음, 나 예전부터 나도 모르게 멘탈이 약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그냥 눈새였던 초등학교 때는 그냥 세상편한 부적응자같은 느낌이었던거 같은데, 중학교때 부터는 엄청 스트레스 받는 상태였던 거 같다. 소심해서 스스로를 지킬 줄 몰랐고, 속내를 드러낼 줄 몰랐고, 문제가 생기면 속에 쌓아두는 타입이었는데 말 할 곳 하나 없이 혼자 완벽주의를 버텨야만 했다. 거의 매번 시험이 시작되면 혼자 빵을 사다가 폭식하면서 밤을 새고, 시험이 끝나면 어디 가지도 않고 일단 서너시간을 그냥 잤다. 이성이 나가서 가끔 폭발하기도 하고 연쇄적으로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뭐 그랬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꽤 예전부터 딱히 건강한 멘탈은 아니었던 듯하다.
왠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어쩌다 팔로우 하게 된 사람이 리트윗 하는 걸 자꾸 보게되는데 그 중에서 심리나 상담에 관련된 후기들이 있다. 한번은 과수면의 문제점 같은걸 보기도 했다. 무기력해지면 과수면이 오는 거라고. 근데 나는 좀 예전부터 스트레스받으면 자는 애였어서 새삼스럽게 옛날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하긴, 진로프로그램을 했을 때 스트레스 해소 법으로 "잔다"를 얘기한 건 나밖에 없긴 했다. 자는건 특이한 거였나. 그냥 머리형(에니어그램567)들은 스트레스 받으면 뇌가 파업해서 자는거 아니었나? 역시 내 세계는 좁았다.
오늘은 또 아마도 심리/상담계열 종사자로 보이는 사람의 트윗을 보게 되었다. "병원에 가기까지는 내가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가 없다고 포기하는 과정이 필요" "특히 자기통제에 익숙하고 자신을 가다듬어온 사람일수록 자기가 스스로는 어떻게 손 쓸 수 없고 자고 일어나도 낫지 않고 결국은 외부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과정이 힘겨우리라 생각한다" 줄줄이 타래로 글이 이어졌다. 어떡하지, 완전 나다.
하긴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혼자 해결하는 습관이 있었다. 스스로를 점검하는 버릇이 있었다. 아무래도 남들보다 좀 멘탈이 잘 부서져서 그럴수도 있는데, 나한테는 그게 굉장히 필요한 일이었다. 내가 나를 통제하지 않으면 그냥 퍼져서는 죽도 밥도 안되었을 것이다. 그게 나이가 들어서는 약간의 강박같은 그런게 됐는데,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하면 거의 패닉에 빠지는 것 같다. 이정도이니 아마 예전부터 나는 스트레스는 당연한 것, 힘든 것은 당연한 것, 당연히 내가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사실 지금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련의 과정이 7단계정도로 정리되어 있는 상태다. 너무 거창한가 싶지만, 그냥 나는 어떻게든 내가 스트레스를 처리하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생긴 산물이다. 그래서 이제야 이렇게 늦게서야, 상담을 받은 것이겠지. 맨 처음에 심리검사 결과를 풀이해주시던 분이 조금만 더 일찍왔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얘기했을 때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말을 2년 후에, 지금에서야 조금 어렴풋이 알게 되는 거 같다.
상담센터에 갔을 때는 내가 더 이상 손 쓸 수 없다는 절망 같은 것에 이른 상태였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 뭐랄까 약간 부서졌다는 기분이었다. 나에 대한 믿음, 내가 생각하던 미래, 내가 생각하던 과거, 내가 생각하던 사람과 사회에 대한 모든 것, 즉 내가 생각하던 내가 부서진 기분이었다. 결국 그 지경에 도달하고 나서야 나는 내가 할 수 없다는 걸 인정당한 것이다. 이성적으로 필요를 깨달은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이 이상은 위험하다는 직감이 시켰다. 그 무렵에 나는 힘들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뭐 이런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생명체의 생존본능 같은게 시킨게 아닐까 싶다. 그 즈음에는 그냥 느낌이 죽고싶다고 하면 진짜 죽을거같았다. 말로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런 위기감이 있었다. 역시, 조금 더 일찍 나의 부정적이고 약한 면모를 깨달았어야 했을까. 그렇지만 동시에, 영영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음 어렵다. 잘 살아가는 거.
그나저나, 이렇게 구구절절 우울한 이야기를 공개하는게 좋은건지 잘 모르겠다;; 딱히 비슷한 사람들이 오는 거 같지도 않고 남한테 도움되는거 같지도 않은데. 8ㅅ8 이렇게 썼다가 어느날 지웠다가 또 어느날 다시 공개했다가 어느날 또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