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라는 웹소설 연재 사이트에 '코오아라'라는 이름의 작가님이 쓴 Blue lady라는 글이 있다. 최근 개인지를 내려고 하시는 중이셔서인가 읽을 수 있다. 만일 본인이 스스로가 너무 작다고 생각하고, 주변이 너무 자신을 짓눌러 힘든 사람이라면 꼭 읽었으면 싶은 소설이다.
작가님이 쓴 다른 로맨스판타지를 먼저 읽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서술되는 섬세한 사람의 독백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그래서 연애랄 게 딱히 없는데도 그냥 너무 좋아서 같은 사람이 쓴 다른 글을 찾다가 블루 레이디까지 보게 되었다.
후기에 쓰인 것처럼, 작가님은 우울의 언어화를 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의도에 걸맞게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본인도 알 수 없는 억눌린 우울함과 무기력함은 대단히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묘사된다. 많은 다른 글들이 주인공에게 우울함의 이유와 계기를 주는 것과 달리, 앞부분을 과감히 자르고 주인공이 이미 우울감에 지쳐있는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런 시작은 작가님이 '우울'을 대하는 태도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작가님은 '우울'에 대해 단순히 기분이 조금 별로인것, 이겨야 하는 것, 주변이 도우면 어떻게든 해결되는 것 정도의 단순한 접근을 하지 않는다. 우울에 빠진 사람에게 주변의 소위 사랑, 이라는 것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가볍게 뻗치는 배려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서 길게 묘사한다. 우울하고 무기력할 때의 내적인 대화들과, 주변의 일방적인 사랑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화되는지에 대해서 거의 절반에 이르는 기간동안 우리는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실제 그런 상황을 겪어 봤음에도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던 그 한 마디 한 마디의 단어들이 완벽하게 재구성되어 나타나 있는 것을 볼 때에는 마음이 버거워서 조금 눈을 돌리고싶기까지 했다. 가만히 글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물이 흘러 떨어진 것을 발견했을 때의 심정을 서술하시오(10점). 정말 작가님은 어떤 의미로 천재다.
그래서 나는 이토록 사실적으로 묘사된 심리와 상황에 대해 몇몇 사람들이 남기는 무신경한 댓글들이 너무 아팠다. 원래 다른 사람들 반응 보는 걸 즐기는 편이어서 댓글은 항상 쭉 다 읽는 편인데, 이 소설은 댓글하나 보지 않고 작가님과 주인공만 보면서 끝까지 달렸다. 좀 진정된 후 다시 차분히 댓글을 쭉 보면서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배경을 가져서 남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많다는 걸 다시 느꼈다. 만약 진심으로 친밀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먼저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글의 주인공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면서 함께 슬퍼하고, 마지막에 잘 되어서 다행이라고 여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영원히 절친이 될 것이고,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하고 답답해 하면서 욕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는 말도 섞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어떤 면에서 아주 중요한 사람을 거르는 지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만나보지 못한 거의 신급의 멘탈리티와 다정함을 가진 남자주인공이 너무 환상같아서 얼떨떨했다. 어쩌면 나는 저 말을 듣고 싶었을까? 진심으로 꾸준히 저 멘탈을 유지할 수 있는 남자라면 신분제 사회에서 신분차? 그깟게 다 뭔가 반드시 잡아야 하는 남자다. 심지어 자기 전문분야도 있는 멀쩡하고 똑똑한 남자다! 세상에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기억에 남지 않는다. 다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불편하면 그냥 도망가버리라는 그의 속삭임은 너무나 마음에 새겨졌다. 떠올리기만 해도 코가 시큰하다.
결론: 으아ㅏ 몰라 둘이 평생 백년해로해라 이쁘고 착한것들끼리 평생 잘먹고 잘살아라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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