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고싶은것도 없고 너무 무기력하게 살지만, 생각해보니 에너지가 충만할때의 나는 대단히 불티같았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 열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오히려 나는 내가 열정으로 도전한 게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난감하다.  

'열정적'으로 도전한다는 건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어느만큼 빠지는 걸 말하는 건가요?

내가 정말 열정적으로 뭔가에 빠질 때는 뭐 하나에 꽂혀서 최소 이틀,  최대 보름간 현생에서 혼자 튀어나가 다른 세상을 달린다. MBTI, 만세력(사주풀이), 인적자원관리(몰입), 애니메이션, 이상심리, 소설, 드라마, 영국... 나름 평소에는 강철같은 이성과 의지력으로 스스로를 '해야만 하는 행동'을 하도록 하는 편이었는데, 저 상태에너는 일단 시작하면 그만둘수가 없고 밤을 새게 된다. 그리고 엄청 불태운 후에는 쉽게 질려서 집중도가 훅 내려가버린다.

따지자면 이거 하고싶어!! 해야지! 하고 여기저기 뛰어든다기 보다는 어느순간 스르르 눈이 돌아가는 형태로 맹목이 되어버리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에너지가 있을 때에는 대개 의식하고 도전하기전에 이미 뭐에 빠져서 하고있어서 도전할 틈이 없었다.

뭉근하게 끈질기게 빠져있는 경우도 있었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십 년. 이 때에는 취미일 경우에는 남는 시간에 틈틈이 몸에 익은 행동을 하는 것이고, 해야 하는 일일 경우에는 일과 관심이 겹쳐서 절제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이 상태도 뭔가 의지적으로 하고 싶어서 도전하는 것이라기 보다, 그냥...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 스타일이다.

기업에서 원하는 폭발하는 열정이란 무엇인가요? 나는 꽤 열정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따지고보면 무엇을 열정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나의 열정은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보낸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아마 나는 그래서 예전부터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것보다, 해야 하는 걸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일까. 그래서 인 것 같다.  과거를 찬찬히 짚어보면 분명 뭔가 좀 통통거리는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 모든 걸 잊어버렸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그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쌓아올린 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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