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와 경영학
사실 16가지의 유형 어디가에 걸쳐진 수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어떠한 학과와 그 사람의 성취와 그사람이 지향하는 바를 이러한 MBTI를 연결하여 한가지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하고 싶은게 있다면 그냥 하는 게 맞다. 어떠한 틀에 얽매여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는 건 슬픈 일이니까.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으며 자신이 위험성을 알고도 선택하고 거기에서 보람을 느낀다면 그게 더 좋은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유의할 점은, 내가 어떠한 집단에서 어떠한 일을 할 때에 다양한 사람들은 모두 다양한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다른 눈높이와 시작점을 실감할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이런 사례도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 거의 모든 책에서 비즈니스분야로는 가지 말기를 추천하는 INFJ로서 경영학에 진학한 1인의 이야기다.
0. 중고등학교 시절로 비추어 본 나의 과목편식 성향
학창시절에는 공부를 썩 좋아했다. 특히 수업 중에 아는 게 많고 생각이 깊은 선생님과 눈을 맞추는 것을 좋아했다. 어떤 수업은 한 번 들어도 머리에 각인되는 것 같다. 수업 중 집중력이 좋은 편이어서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공부했다. 다만 문제는 과목편식 행태. 수업으로 따지면 역사수업을 가장 좋아했고 수학수업을 가장 싫어했다. 수학문제는 선생님이 앞에서 풀어줘도 그 과정이 온전히 머리에 들어오는 느낌이 안 든다. 혼자서 따로 공부해야만 하는데 그게 재미가 없어서 힘들었다. 과목으로만 따지면 국어, 역사, 윤리, 한국지리, 생물을 좋아했고 수학, 체육을 싫어했다. 성적을 잘 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공부하려고 했지만 공부하는 매 시간 수업을 듣는 매 분 나와 다른 학생들의 시작점이 얼마나 다른지 실감했다.
1. 경영학의 특징
법대가 사라진 우리 때 취업이 잘 되는 경영학과는 명실상부 문과의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모두 지원하는 학과였다. 즉 들어가기 어렵다는 말이다. 운이 좋게도 (아마 직관Ni) 논술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경영학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경영학은 자본을 융통(재무)하여 인간을 고용(인사)하고 조직을 운영하며(회계/경영과학/전략) 상품을 기획(마케팅)하고 유통(생산관리)하여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다 넣다 보니 다양한 특성을 가진 다양한 분파를 가진다.
2. 회계
정해진 규칙에 따라 숫자를 배열하여 기업내부 자본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내부 관계자(사장 등)와 외부관계자(주주)를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부수준의 회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내부의 지정배경을 파악하기 어려운 다양한 독립적으로 보이는 규정들을 세세히 외워서 상황에 따라 정확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빠르고 정확하게 복잡한 숫자를 다루는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개인적으로 가계부를 사용하고 친구들과 돈을 모으거나 돈을 빌리거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계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회계에서 가치를 찾을 수 없었다 ㅠㅠ 너무 1차원적인 일처럼 느껴져서 노력해야 할 감정적인 열정이 없다. 또한 숫자를 어지럽게 배열하는 것은 나에게는 상당한 정신력을 소모하는 행위여서 모든 공부보다 가장 먼저 에너지가 가장 충만할 때에만 할 수 있었다. 규칙이 정해진 배경을 알 수도 없으니 세부규칙만 덩그러니 외우는 것은 몹시 힘들다. 고등학교 때 배운 한국지리가 지난학기에 배운 회계원리보다 더 기억에 남아있는 경우가 생긴다.
3. 재무
자본을 융통하는 것 financing을 중심으로 하는 분파다. 투자의 수요와 공급이 중심이 되며, 경제학을 기반으로 한다. 이자율이 투자의 가격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 중 가장 중요하다고 가정하므로 아주 세세한 0.00001 같은 것들이 몹시 중요하다. 또한 오지 않은 시간을 예측하여 앞으로의 수익을 정확하게 짐작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공부하다 보면 꽤 어렵다. 경제학과목을 몇개 들었는데 오히려 경제학과목이 나는 더 끌렸다. 재무는 어중간하게 이상과 현실 사이에 걸쳐진 듯한 과목으로, 완전히 이상에서 노는 학부1학년 수준의 경제학과 완전히 현실에서 노는 학부1학년 수준의 통계학의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는 그다지 매력이 없었다. 어쩌면 판단기능이 직관인 나라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재무를 공부하다 보면 결국 기업은 그래도 다 기업가의 감으로 투자하는 거 아닌가(야성적투자) 투자에 0아니면 1이지 0.4444이런건 뭐야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높은 성공 확률이 얼마나 중요하고 수치에 기반한 합리적인 선택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고는 있다)
4. 마케팅
마케팅은 팔릴 것 같은 상품을 기획해서 잘 파는거다. 소비자에게 잘 팔릴 포인트를 잡아야 하므로 심리학이나 통계학도 꽤 연계되어 있다. 소비자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은 꽤 재미있다. 또한 팔 상품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소비자의 주관적인 인식에서의 시장과 카테고리를 조정하는 것도 중요한데 상품의 특성을 통해 전체적인 인상을 만들고 그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는 활동은 이미지를 사용하는 N에게 즐거운 일이 되어준다. 상상하는 즐거움이 생긴다. 뭔가 기획하고 계획하는 것도 재미있다. 근데 문제는 트렌드에 밝고 센스있는 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 다양한 상품을 세세하게 비교하고 까다롭게 선택하는 성향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결정적으로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INFJ인 나는 창작(마케팅)을 할 때 그 소통의 수용자로서 나를 가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꽤 진지하고 상품을 고를 때 몹시 주관적으로 고르는 면이 있어서 자료가 특별히 없는 상태에서는 센스만으로 좋은 마케팅을 할 수 없었다.
5. 생산관리
제조업 기반으로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꽤 먹히는 생산관리. 즉 공장 관리자로 일하기 좋은 능력과 지식이다. 여기서 기억나는 개념은 식스시그마(오류율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 린프로젝트, JIT 뭐 이런건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딱 팔 만큼만 생산하는데 각 단계별 스무스하게 컨베이어벨트가 한방에 흘러가고 오류가 안 나는 것이다. 즉 비용절감이 몹시 중요한 토픽이다. 세세하고 꼼꼼하게 하던 거 또 하고 또 하고 이런거 안좋아하는 INFJ는 나가떨어짐.. 나름의 창의적 방식으로 물론 이 것들을 해결하긴 하는데 별로 그게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안든다.
6. 경영과학
정확도를 높이고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다루어 최적의 결과를 내기 위해 컴퓨터를 주로 사용하는 분야. 점점 기업이 자동화되고 많은 프로그램을 다루어야 하므로 있다. 사실 근데 정확히 어디 포함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전략이나 생산관리에 연결되는 것 같다.
7. 인사/ 전략
사실 내가 처음에 경영학 하면 떠올린 것. 하지만 점점 기업에서는 인사/기획/전략 신입을 뽑지 않는 추세이고 지식이 크리티컬하지 않은 분야라 점점 중요한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영대 분과 내에서는 가장 문과스러운 분과. 매니지먼트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수업도 많이 안 열리고 별로 밀어주지도 않고 따라서 대다수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수업을 듣다보면 그 얼굴이 그얼굴로 꽂힌 애들은 충실하게 이 커리를 밟고 있는 것 같다. 그 아이들은 둥글둥글하고, 첫인상이 유해보이고 어딘가 조금 빈틈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경영학과생들은 대개 첫인상이 몹시 빈틈없다). 수업은 관념 자체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조직이란 무엇인가. 조직은 어떻게 발달했는가.와 같은 거시조직이론류와 어떻게 하면 인재의 퍼포먼스가 좋아질 것인가에 대해서 궁리하는 미시 인적자원관리류가 있다. 어느 쪽이나 공부를 하다 보면 자유로운 느낌이 들고 사람에 대해서 항상 생각하게 되고 다양한 주관적 관점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알게 된다. Fi 때문인지 내 감정에 대해서 왜 발생하는 지 잘 알기 힘든데, 그냥 이 쪽 과목을 들으면 수업을 듣는게 재미있다. INFJ의 꽂힘포인트가 되어서 워커홀릭을 불러일으킨다. 이 수업을 한 학기에 하나 이상 깔아두면 학기 내내 업무모드로 누굴 만나도 수업얘기만 하는 본인을 발견하게 된다. 너무 자연스럽게 원스톱으로 내적 동기가 발생해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므로 나중에 돌이켜보면 내가 어떤 기분 어떤생각으로 그 과정을 밟았는지 기억이 안난다. 특별히 밤을 새도 힘들지 않고 성적에 대해 아무 생각안하고 하고싶은대로 했는데 항상 성적이 몹시 좋게 나온다.
사실 고등학교때에 그냥 아무생각 없이 지원했던 경영학과는 의외로 나와 맞지 않았고, 나는 여타 학우들과 나를 비교하며 학과공부를 하다가 오히려 성격검사에 더 빠져들었다. 내가 왜 여기에 맞지 않고 내가 왜 여기에서 흥미를 느끼지 않는가, 성격유형은 많은 경우 나에게 적절한 설명이 되어줬다. 하지만 여기 와서 나는 정말 많이 배웠다. 힘들었지만, 내게 취약한 부분을 훈련할 수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을 보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더 나이들기 전에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었다. 의외로 주변 사람들은 내가 꽤 잘 적응했다면서, 그것이야말로 내가 경영학과생임을 증명한다고 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뭐든 되더라. 이 상태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른 학과도 고민해 볼 수 있겠지만 지금 다른 전공으로 전과하고싶거나 다른 과에서 갈 수 있는 커리어패스를 밟고 싶지는 않다. 만일 내가 정말로 경영에 확고한 뜻이 있고 창업을 목표로 했다면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별 생각 없다면, 성향과 맞는것을 정말로 하고 싶다면 성격따라 가는 게 훨신 더 쉽고 편하고 행복한 길일 것이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다면, 굳이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다면, 다른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면 경영학도 나쁘지 않다
어려움이 없을 수 없지만, 어쨌든 해나가다 보면 거기서 가장 본인에게 맞는 길이 있을 것이고 뭐든 잘 할수 있을 것이다. :)
PS. 그리고 나보다 더 진짜 안 어울리는 듯한 진로를 선택하는 사람도 꽤 있다
ENFP(의지로 TJ가 되기도 한ㄷ)인데 로스쿨--> 겁나 외우는 세칙들과 미친 공부량을 생각하면 ST여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정말 확고하게 로스쿨 ㄱㄱ
ENFP(아마)인데 재무공부--> 꿈이 창업이 아인데 창업을 할 때 수단으로서 사용할 자기가 스스로 남을 설득할 논리를 확보하기 위해 재무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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