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너의 행복일지라도,
이게 나의 욕심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참으면 괜찮아 질 거라고 생각했었지. 오랜 시간 붙잡고 버텼던 기대가 팔랑팔랑 도망치는 순간도 겪었지. 기대했던 미래가 시시각각 멀어지는게, 하나씩 미래가 조각나 사라지는게 그저 아파서 눈물에 젖은 시간들도 있었지...

늘 마음에는 눈물로 가득 찬 호수 같은 게 있었어. 언제나 찰랑이는 수면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며 무거운 돌멩이를 뱉어냈지. 그 많은 것 중의 하나도 마음에 온전히 닿아 오는 것 없이 제자리를 맴돌기만 했었어. 동그랗게 퍼지는 수 많은 동심원을 보면서 어땠더라. 조금 아팠던 것 같아. 온갖 감정에 가슴이 죄이고, 눈물이 코끝까지 차올라 숨을 쉴 수가 없었지. 언제까지 이렇게 숨이 막혀야 하지? 유효기한 20XX년 XX월 XX일, 눈물에는 왜 찍혀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지. 그런 나날들이 있었어. 그저 막막하기만 한.

그래서 그냥, 어쩌면 이전의 나였을지 모르는 너에게도 이 말을 해주고 싶어.

괴로움辛이 행복幸이 되려면 작대기 하나만 그려주면 된대. 고통에서 작대기 하나를 빼면 심장의 '고동'이 되지. 어쩌면 누군가의 삶에 작은 획을 그어주는 게, 정말 별거 아닌 큰 일이라고들 하더라고. 짧은 팔 한쪽을 빌려주는 게 그렇게 큰 일이라고.

있잖아, 나는 네가 버티는 오늘에 기도해. 네가 짊어진 내일에 기도해. 그리고 네가 더 멀리 조금씩 흩뿌려진 사이사이의 행복을 볼 수 있기를 기도해. 작은 희망으로 우리는 버틸 수 있어지니까 말이야. 그 버틴 하루들 사이에서 사랑을 알아챌 수 있게 될테니까. 조금 더 바래서, 외롭고 지친 너의 어깨에 작은 따뜻함이 더해지기도 기도할게. 작은 기도지만, 너에게 닿기를.

피식 웃었을지도 몰라.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삶이라는 건 그냥 그런거라고, 마법이라도 걸린 새처럼 느리지만 확실하게 추락하는 새라고. 시작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하게 끝이 어딘지는 알 수 있다고. 맞아 너에게 삶의 감각은 그런 거였을지도 몰라. 어쩌면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많은 시간 좌절했을지도 모르지. 나는 아마도 너에게 닿지 않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말이야,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너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을 골라. 그게 누구라도.

삶을 허락받을 수 없는 망할 세상이라고 생각했어? 뭔가 잘못 된채로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 눈이 시린 새파란 하늘에 눈을 좁혀 뜨는 몇 초에, 하늘 너머로 발을 딛기까지의 그 몇 걸음에 어쩌면 너의 결정이 담겨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만, 가지 말아줘.

내가 이 세상에 너를 허락할게.
친구야, 내가 너의 삶을 허락할게. 내가 너를 용서할게. 너는 살아도 괜찮아.

매력적인 선택지처럼 보이는 그것은 사실 독버섯같은거라서, 너에게 새로운 아픔만 줄 뿐이야. 외롭게 혼자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지 마.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평화도 안전도 그 무엇도. 이게 나의 욕심일지라도, 내가 감히 너를 잡게 해 줘. 조금만 더 나와 함께 있어줘. 오늘 하루, 지금 잠시 아주 조금만 더.


설령 그 끝에서 조용히 잠들 수 있어서, 그게 너의 행복이라 할지라도, 그래서 내가 너를 잡는 게 나의 욕심일지라도, 너를 그곳에 보내고 싶지 않아.





HeavenZ-그것이 당신의 행복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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