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어릴땐 선생님이 되고싶었다. 아마도 보는것이 선생님 뿐이었으므로. 초등학교를 졸업할즈음엔 번역가가 되고싶었다. 한국서적이 외국에 알려지길 바래서. 조금 더 자랐을 때에는 아는 직업이 없었다. 막연히 하고싶다고했던 말들은 논파당해서 어딘가 알지도못하는 중간점에 주저앉았다. 구체적인 고민은 딱히 없었다. 사실 필요가 없기도 했다. 어디든 인간은 적응하면 되는거라서. 그보다 더 지났을때는 미래를 생각할수조차 없었다. 현재의 내가 있을 자리를 찾는 데에 급해서 나의 강점약점을 찾아 헤맸다. 안타깝게도 그때 찾았던 점들은 내 진로설정에 전혀 의미가 없게 되었다. 어영부영 나는 그냥 되는대로 살았다. 현재에 모든 힘을 쓰면 어디든 도착해 있었다. 결과는 조금 충동적인 선택들이었지만 썩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나와 목표가 멀어질수록 나는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마침내 자유를 얻은 나는 묵혀둔 잠정적 목표위에서 춤췄다. 깊은 생각없이 시도하고,  하고싶은대로 했다. 새롭고 자유로운 세계에서 나는 최대한 많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싶었다. 이 많은 호기심이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그리고 지금. 나는 내가 꽤 많은시간을 생각없이 보내서 늦되었다는걸 깨달았다. 지금 세상의 무언가가 나와는 맞지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페셜리스트, 숫자, 객관적인 이성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맞춰 자라왔는데 왜 난 혼자인 느낌일까. 대체 아닌자들은 어디에 가 있는지 알 도리 없고 이것저것 가볍게 손대온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딱히 엄청 소수인것은 아닌데 내 자리는 왜이렇게 외딴 느낌일까.

'일기장톡톡 > 마주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  (0) 2018.05.20
알지 못해서 두려워서 억지를 부렸다  (0) 2018.04.29
내일을 위해서 버려야 할 것.  (0) 2018.02.27
가지런히 메모해야만 하는.  (0) 2018.02.08
바르게 분노하기의 어려움  (0) 2018.01.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