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말주의~

 

가장 두려운 순간은, 알 수 없을 때이다. 미래에 이러이러한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알 때는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나는 충분히 많은 장애물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포기하는 것조차 선택지로 고를 수 있어진다. 일종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이 몇 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미래는 고정되지 않는다. 하다못해 당장 올해 하반기가 비어있다. 이 상황이 불안하다. 내가 아무것도 확실하게 선택하지 못하는 순간. 어쩌면 나는 현대처럼 이렇게 바쁘게 바뀌는 세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대체 미래라는 것이 무엇인지, 나도 모르는 순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예상할 수 없어질 때에는 너무 많은 경우의 수에 질식해 버릴 것 같다.

 

이건 나만 그럴 수도 있는데, 그래서 네 다섯시간 동안을 유투브를 돌아다녔다. 예능 방송 이런게 아니라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스토리가 있는 노래만 주구장창 듣고 다녔다. 나를 비워서, 내가 아니고 싶었다. 다른 튼튼한 사람들의 노래에 의지해 그 사람들의 목소리로 나의 마음을 세우고 싶었다. 노래의 가사에 공감해서 내 감정을 물들이고 싶었다.

혹은, 그냥 나도 모르는 복잡한 이 감정에 노래로 이름을 붙여 어떻게든 풀어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 이게 좀 맞는 말이었던 것 같다. 노래를 불러서 불편한 마음에 답답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억지를 부려 마음에 그리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는 어쩌면 망가뜨린 과거를 짚고 일어서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이 되었고, 중력을 거슬러 세상을 등지는 마녀가 되었다, 날 죽여볼테면 죽여보라고 소리치는 강철이 되었으며, 다시는 사랑 않겠다고 소리치는 여자가 되었다. 나에게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좋다. 날 울리는 저들이 좋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나는 해야만 하는 일이 분명 많았다. 하지만 아마 이게 나의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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