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가 없다. 나의 일이니 내가 가장 잘 안다. 내가 지금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나의 의식과 의식을 넘어서 버린 것 같은 부분과 싸우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또 하나의 그림자 위에 뚜껑을 덮는다. 모든 일을 지금, 바로 여기서 해결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조금 더 내가 나를 사랑하게 되면, 나의 완벽주의가 조금 가라앉으면, 내가 세상에 부대끼며 삶과 타협하게 되면 다시 그 뚜껑을 열고 그림자에게 웃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닐 때, 굳이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해결 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2012년의 나로부터

 

스스로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방황하던 시절의 어린 내가 남겨둔 독백이 흘러왔다. 어린 나는 2016년의 나는 훨씬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담담히 독백하듯 어지럽게 쓰인 글은 지독하게 솔직했다. 체념이 칼처럼 박힌 만연체 구석구석의 쉼표에서 그때의 나인지 지금의 나인지가 눈물을 흘렸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어린날의 솔직함이 사라진 지금, 나는 그때와 아주 같은 이유로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 조금 힘들고 조금 슬펐던 시간이 지나 조금은 자랐을지 그 아이에게 물어보고 싶다. 나는 아직도 어린 그대로 인 것 같은데, 너의 눈에는 조금 더 나아보이니. 시간이 지나 뚜껑의 갯수만 늘어났다. 뚜껑들에 다리가 자라나 엉금엉금 멀어진다. 언제 그 안을 살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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