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내가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서 무언가를 한다고 쳐. 내적친밀감 맥스 찍은 창작자이야기다. 그 사람의 대가 없는 창작으로 내가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누리고 있다. 나는 마땅히 무언가를 돌려주고 싶고, 마침 내게는 한 두명 정도에게는 할애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었다. 나도 소소하게 창작을 해 봤으니 메아리 없는 바다에 유리병을 던져 보내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보가 너무 없다. 내가 그사람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대략 26000명 중 1명인 일반팬에게 얼마만큼의 관심을 두고있는지부터 어떤 문장에 감동받고 어떤 반응에 상처받는지 나는 모른다. 끝없는 관찰과 찔러보기로 반응을 확인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위험한 시작인 것 같다. 본질적으로 누군가의 행동이나 감정을 내가 조종하고 싶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것이 올바른가? 하는 판단을 뒤로 하더라도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란 대체로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힘든 일이다. 선물을 받은 사람이 기뻐하는 것은 받은 사람의 권리이므로 선물의 결과는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그 사람에 맞추어 주제를 선정하고 말을 골라 적절한 시간대에 예쁘게 포장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행위는 일견 안쓰럽기까지 하다.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해 보려고도 했는데, 이거야말로 앞뒤가 뒤바뀐 게 아닌가?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행동 자체에 취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내가 싫어하는 행위였는데. 

 

(여기까지 생각한 후에 나는 왜 혼자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인가 고민했다... 아무튼 사랑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나는 대체로 에로스적인 사랑이 아닌 다른 사랑도 과하게 몰입해 연애처럼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이렇게 노력했으면 뭐라도 됐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동시에 내가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 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음)

 

아무튼 그래서 도달한 결론은 중심을 타인이 아니라 나에게 두자는 것이었다. 이기적이고 소심하고 시야가 좁고 냉정한 그런 불만족스러운 나를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인간관계를 시작해야 하는 거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고, 이런 나는 미움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사랑받고 싶어질 때나 누군가를 기쁘게 할 때에는 타인의 눈치를 살살 보면서 다른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 쓰게 되는 게 아닌가. 누군가에게 100%맞는 선물을 주려고 애쓰지 말고 적절한 예의만 차린 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그냥 내가 가진 행복과 사랑을 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사람은 모두 굉장히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하기 때문에 성격의 모든 측면이 전부 100/100을 찍을 필요는 없다. 적당히 나를 드러내면 누군가 나와 맞는 사람이 적당히 들러붙게 되는 거겠지. 행복도 분노도 그들의 것, 나는 나의 것만 신경쓰면 된다. 

 

어떻게 사람이 다른 누군가의 감정마저 통제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뿐더러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소위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이 바로 이것에서 시작한 범죄가 아니겠나. 누군가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나의 일면을 꺼내는 건 사실 나의 삶이나 다름이 없다. 숨쉬듯이 이루어지는 행위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혼란스럽다. 이것이 INFJ의 특징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나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성장해야겠지.

 

 

PS. 아아아 하지만 딱 봐도 나랑 안 맞을 것 같은데 친해지고싶으면 어떡해 사랑받고 싶으면 어떡해 상상만해도 고통스럽다. 이게 바로 망사랑이라는 것이외다...

 

PS2. 요즘 무협지 보기 시작했더니 문체나 단어가 좀 고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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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새로운 시작을 해 보려고 몇 주동안 하고 있는 게 있는데, 오늘 끝없이 또 불안에 휘둘리다 드디어 스스로에 대해 중요한 한 가지를 알아버리게 된 것 같다. 

 

나는 믿음이 정말 중요한 사람이었다. 누구에게나 믿음은 중요하고 불안함은 위험한 것이지만 나에게는 특히 효과가 큰 것 같다. 어쩌면 이것도 성격 유형과 관련된 것일지도 모른다. 목표가 있으면 더 불타오르는 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을 해 냈던 것들도, 포시랍게 자랐다는 말을 들은 것도, 온실의 화초같다는 말은 들은 것도 다 같은 맥락이었다. 나는 불신이 없을 때 굉장히 단단해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꽤 순진하고 눈치가 없었던 터라, 어렸던 시절의 나는 뭐든 쉽게 믿었다. 눈 앞의 선생님, 내게 목표를 말하는 부모님, 사회가 주장하는 만들어진 길에 대해 의심한 톨 없었다. 그래서 전부 바칠 수 있었다. 몸은 피곤하고 가끔 마음이 초조함으로 얼룩지기도 했지만 아무튼 전반적으로는 꽤 안정적인 상태였던 것이다. 

 

나이가 조금 들은 후에 나는 왜 지금 나는 이렇게 힘들어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자신감이 없어서? 자존감이 없어서? 혹은 가당치 않게 할 수 없는 것을 바래서? 맞지 않는 곳에 있어서? 끝없이 이유를 찾으며 해결하려고 했다. 나는 마음이 불편한 것을 정말로 견디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문득 생각해보면 단지 나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사회를 알아버렸기 때문에, 사람의 의지는 바람 앞의 촛불과 같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에, 조금씩 눈치라는 것이 생겼기 때문에,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어쩌면 뭔가 틀린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어서 그냥 더 많은 가정을 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렇게 가정하면서 실패 이후를 시뮬레이션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불신하고 차오르는 불안에 손을 뗐다 말았다 하는 거다. 

 

사실 모두에게 세상이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데도. 원래 인생이라는 건 눈 앞의 어둠에 그저 눈 감고 달려가는 것인 건데도. 이것저것 재어보다 보면 결국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건데도... 그래서 어차피 후회할거면 하고 후회하라는 말이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일텐데도 말이다. 

 

장점으로 수치해석을 내세우는 것 치고는 꽤 직감으로 움직이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예전에도 이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마 여기 블로그에도 비슷한 글을 언젠가 써 놨을테다. 결국 여기로 돌아오는 구나. 확률은 일어나기 전에 가상의 상태에서 짐작한 확률일 뿐 결국 현실화 되었을 때는 0이나 1. 세상에는 수 많은 우연이 있어서 결국 중요한 시점에는 야성적인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선택한 후에는 그저 하늘의 답을 기다려야겠지. 진인사대천명이랬나. 책상에 붙여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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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

그리고 그냥 이야기를 하면 기가빨리고 주눅이 드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그사람의 문제야! 나에대한 그의 감정은 그의 것으로 두자. 나는 나대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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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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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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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의사가 썼다는데 일상속 스트레스를 관리해주는 습관이 잘 정리돼있어서 지금 딱 나에게 필요한 맞춤 책인듯하다. 너무 잘 샀음. 필요한 곳에 밑줄치고 접어가면서 열심히 익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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